[기자수첩] 기업·회계업계 밥그릇 싸움 그만해라

입력 2017-10-26 10:43 수정 2017-10-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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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천 기업금융부 기자

올해 감사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1980년대 자유수임제가 도입된 뒤 30여 년 만이다. 6년간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한 뒤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지정받는 방식이다. 일명 ‘6+3 지정제’로 9년을 한 단위로 해 주기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2020년부터 지정받는 기업이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지정 예외 조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정 대상을 줄이려는 기업과 최대화하려는 회계업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회계개혁 TF를 운영해 예외적용 기준 등이 포함된 ‘외부감사법 전면개정 후속조치 추진과제’에 따라 올해 말까지 시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회계업계는 “감사인 지정 대상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기준이 정해지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예외 기준에 따라 지정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는 기업이 많아지면 외감법 개정 취지가 퇴색하고 실효성이 없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우수한 지배구조 등 회계처리 수준이 양호한 기업을 선별해 지정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지만, ‘우수한 지배구조’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상황이다. 업계는 개정안이 논의될 당시 언급됐던 ‘해외 상장기업’ 등을 고려하면 상당수 기업이 지정감사를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 “회계 정보를 충실하게 작성하는 기업이 불필요한 부담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양측의 의견 모두 충분히 반영돼야 할 만한 사항이지만, 일견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하는 걱정이다. 이번 외감법 개정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피해를 입은 관련 산업 종사자, 투자자 등을 비롯해 수조 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이 ‘투명한 회계의 중요성’에 공감한 덕분에 이뤄졌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TF를 구성하면서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과 회계업계 역시 이번이 국민이 부여하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더 이상의 개혁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회계 개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 투명성 꼴찌’라는 오명을 벗어 던질 기회가 왔다. 이제 각자의 입장을 버리고 회계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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