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에는 매창(梅窓)공원이 있다. 빼어난 시를 남긴 조선시대의 시기(詩妓) 이매창(李梅窓·1573~1610)을 기리기 위한 공원이다. 10일 이곳에서는 ‘매창화우상억재(梅窓花雨相憶齋)’를 개관했다. 2층 한옥으로 지은 멋진 집이다. 시인 이매창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 연구하고, 교육하고, 활용하고, 보존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부안군청으로부터 이 건물에 걸 현판(懸板)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뭐라고 써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지금 생각한 이름은 ‘매창테마관’인데 교수님께서 더 좋은 이름이 있으면 지어주시라”고 했다. 참 다행이었다. ‘매창테마관’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그렇게 써 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멋진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니 오히려 반가웠다.
요즈음 문화 관련 건물로 한옥을 짓고, 거기에 전통방식으로 현판을 제작하여 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런 현판의 내용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이름을 지어서 현판을 건 게 아니라 건물의 용도에 대한 설명을 써서 걸어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옥생활체험관’, ‘도자문화체험관’, ‘전통문화연수원’ 등이 바로 그런 예이다.
궁궐 건물에 ‘왕의 집무실’, ‘왕의 침실’이라는 설명을 붙이지 않고, 건물에 ‘근정전(勤政殿)’, ‘교태전(交泰殿)’ 등 고유의 이름을 지어 불렀듯이 오늘날 짓는 한옥에도 ‘한옥생활체험관’, ‘전통문화연수원’ 등과 같은 설명을 붙일 게 아니라 의미가 깊은 이름을 지어 붙여야 건물이 제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건물에 대한 용도 설명은 별도로 스테인리스나 아크릴 등으로 제작하여 눈에 띄는 곳에 세워 두는 것이 실용적이기도 하고 미관에도 좋을 것이다.
부안군청으로부터 ‘매창테마관’이라는 용도로 지은 건물에 대한 작명을 부탁받은 필자는 한동안 생각 끝에 ‘매창화우상억재(梅窓花雨相憶齋)’라는 이름을 지었다. 梅窓花雨相憶齋! 무슨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