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산업의 자산규모는 3월 기준 411조 원으로 2013년 3월 이후 5년간 52.1%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대형 증권사의 급성장이 있다.
3월 기준 대형사의 평균 총자산은 44조3600억 원으로 중형사(19조200억 원)의 2.3배에 달한다. 총자본도 대형사는 5조1522억 원으로 중형사(2조5087억 원)의 2배를 넘어섰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금융당국이 수년간 추진해온 대형사 위주 정책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2013년 도입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시발점이 됐고 2016년 8월부터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경우 단기금융 업무를 인가받을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자금 조달원을 통해 신규 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대형증권사들이 자발적 M&A 등을 통해 대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대목은 여전히 대형사들의 자금 조달 방식이나 수익구조는 중소형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대형 증권회사의 자산 대비 총부채비율은 중소형 증권회사와 비슷한 수준인 80%대로 나타났다. 자산별 구성요소의 비중도 증권사 규모와 상관없이 현금 및 예치금이 15%가량, 증권이 약 60%, 파생상품 및 기타가 2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구조도 증권사 규모와 관계없이 위탁매매의 비중이 40% 안팎으로 가장 높았으며, 일부 비중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투자은행 및 자산관리의 비중이 낮은 것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장 연구원은 “자산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및 수익구조가 규모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데는 증권사가 규모에 관계없이 종합증권사 모델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산업 경쟁도에서는 대형화의 영향이 보다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시장지배적 성격을 가진 회사 몇몇이 독과점적으로 수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집중도를 표현하는 HHI(허핀달-허쉬만지수)는 위탁매매, 투자은행, 자기매매 등 3개 수익부문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부터 꾸준히 감소하던 지수값이 2013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상품판매의 경우도 2015년 이후에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HHI 지수 상승은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각 부문에서 증권사 간 경쟁도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소형사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장 연구위원은 “규모의 경제효과와 함께 기존보다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금융상품들이 등장한다면 대형사들에 의한 과점시장도 사회 후생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며 “소형사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자적이든 합작 등을 통해서든 과감한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