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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부와 빈곤이 극명하게 갈리는 도시 중 하나다. 고급 상점이 즐비한 파리 시내에서 벗어나 조금만 외곽으로 가도 가로등 불빛도 없는 ‘뒷골목’들이 있다. 세금은 느는 반면 사회안전망은 갈수록 헐거워지면서 프랑스 서민들은 극심한 경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키워왔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 방침은 억눌렸던 불만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프랑스 정부는 환경오염을 방지하겠다며 지난 1년간 유류세를 23%나 올렸다. 운전으로 먹고사는 서민들에게 ‘환경 지키기’란 자신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무언가였다.
시위를 주도하는 중심세력도, 공통된 하나의 구호도 없는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부활 등 구체적인 요구를 하다가 최근에는 ‘마크롱 퇴진’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대중은 그가 빈곤을 모르는 부자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원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은 채 단지 카오스만을 원하는 시위대”라고 비난해 분노를 더 키웠다. 한 시민은 뉴욕타임스에 “지금껏 시위에 나가 본 적이 없지만 이제는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 시위는 이웃나라 벨기에와 네덜란드로도 확산했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비단 프랑스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마크롱 정부가 유류세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층 세금 인상 면제 등을 부랴부랴 당근으로 제시했지만, 시위대는 “완전한 빵을 달라고 했더니 부스러기를 주고 있다”며 비판했다.
분노의 근원은 1대 99로 표현되는 ‘부의 편중’이다. 갈수록 심화하는 불평등을 직시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대를 잘 파악하는 ‘젊은 피’라는 기대를 안고 당선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과 유리돼 대중의 분노를 일으킨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발 ‘분노’는 한 명의 지도자만 잘 뽑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고, 시민은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가. 이념, 조직, 깃발, 방향 없는 노란 조끼 물결이 한국과 세계에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