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새롭지 않다. 과거 정부들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하거나 민간 투자를 유치했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 기업에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몰아주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했다. 창업에 자금을 대고, 가계에 복지를 퍼줬다. 또 소비를 늘리겠다고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고, 특정 품목의 개별소비세 등을 깎아줬다. 현 정부에서도 지원 대상이 가계이면 소득주도 성장, 기업이면 혁신성장일 뿐, 전반적인 내용은 과거와 유사하다. 공정경제는 전 정부 ‘경제민주화’의 바뀐 이름에 불과하다.
반면 어느 정부에서든 추진했지만 어느 정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던 부문이 있다. 바로 규제혁신이다. 전례가 없기에 효과도 예상이 어렵다. 제조업 등 주력산업 재부흥의 열쇠가 규제혁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장이 체감하는 성과는 미미하다. 현 정부도 혁신성장의 핵심 과제로 규제혁신을 내걸고 있지만 관련 입법은 지지부진하다. 법 개정이야 정치의 영역이라 치더라도,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까지 속도를 못 내는 상황은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시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고 그 목소리를 토대로 개선과제들을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현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굳이 시장에서 요구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만 봐도 불필요하거나 비합리적인 규제들이 수두룩하다. 각 부처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한 달에도 수십, 수백 개의 규제를 개선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국회가 일을 안 한다”며 남 탓을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