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통기업과 거래에서 특약매입 비중이 커질수록 납품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판매수수료율이 높고, 불공정거래가 빈발한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일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이진국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자 간 거래의 47%는 직매입이며, 특약매입(21%), 위수탁(18%), 매장임대차(14%)가 뒤를 이었다. 업태별로 대형마트와 SSM, 편의점 등은 직매입 비중이 컸으나, 아웃렛과 백화점은 특약매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유통업자가 상품을 선매입하고 이윤을 더해 판매하는 직매입과 달리, 특약매입은 유통업자가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한 후 판매해 판매액에서 수수료를 떼고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상품군별로는 유아용품(46%), 화장품(41%), 스포츠·여가(45%), 의복·액세서리(33%), 가구·인테리어(32%) 등에서 특약매입 비중이 컸다. 대부분 아웃렛과 백화점의 주력 취급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아웃렛 거래액의 75%, 백화점 거래액의 64%를 각각 차지한다.
납품업체 1000개사를 면접 조사한 결과, 유통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고 유통 매입시스템이 발달할수록 직매입 비중이 커졌다. 반면 별도 인테리어·판매사원이 필요한 경우 직매입 비중이 작아졌다. 이는 납품업체의 ‘거래비용 최소화’ 측면에서 요인이다. 협상력 차원에선 마진율과 판매수수료율, 임대료 수준이 유통업자의 제안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직매입 비중은 현저하게(-15.7%포인트(P)) 작아졌다. 이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갑을관계에서 유통업체의 협상력 우위가 뚜렷할 때 거래유형이 직거래보단 특약매입 등 다른 유형으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거래유형은 납품업체의 매출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유형과 달리 특약매입에서만 매출 감소 효과가 뚜렷했는데, 특약매입 비중이 1%P 커질수록 주력상품 매출액은 2억6000만 원 감소했다. 매출액 평균의 1.78% 수준이다. 이는 특약매입에서 유통업체가 수취하는 마진율, 수수료율, 임대료율의 평균값이 25.4%에 달해서다. 직매입은 18.6%였다.
이 연구위원은 “납품업자가 강한 협상력을 지니는 상황에서 직매입 비중이 높은 경향을 떠올리면, 반대로 특약매입에서는 납품업자가 협상력 열위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협상력 격차는 특약매입에서 유통업자가 수취하는 수수료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특약매입은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행위(공정거래위원회 의결)의 38%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직매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장기적으론 “납품 거래선을 다변화해 특정 유통업체로의 거래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상황에 밝은 사업자 단체가 납품대금 조정협의권을 바탕으로 계약 내용을 점검·협상하는 환경을 조성·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