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이투데이 독자위원회와 편집위원회를 연달아 취재하면서 느낀 게 있다. 그 느낌을 명사로 표현한다면 ‘젊음’과 ‘지속가능성’이다.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 만한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해서 생산하느냐에 언론의 미래가 달렸다는 것. 그것이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의 중론이었다. 이 중론은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과 무관하지 않다.
이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선임된 조호연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는 “단독기사도 좋고, 기획기사도 좋다. 근데 한 번에 끝낼 것이 아니라 힘을 갖고 지속해서 보도해야 한다”며 “이투데이가 특정 주제에 대해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걸 독자들에게 충분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석희가 자신의 책 ‘장면들’에서 서술한 것처럼, 언론의 고유 기능은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다. ‘의제 세우기’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말은 언론이 사회에 유의미한 의제를 던지는 일이다. 어젠다 키핑은 ‘의제 지키기’다. 어젠다 세팅에서 나아가 언론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의제에 조금 더 가까이, 지속해서 마이크를 갖다 대는 행위다.
어젠다 키핑을 위해서는 사명감(使命感)이 필요하다. 일례로 JTBC는 세월호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시들고 있던 시점에도 언론 중 유일하게 참사 이후 200일 동안 쉬지 않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겠어?”라는 단순한 부채감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해”라는 사명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사명감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관료나 기업인의 비리를 고발하고, 인구에 회자할 만한 특종을 보도하는 것도 분명 유의미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어젠다 키핑의 진의(眞意)가 아닐까.
젊은 세대가 관심 가질만한 독자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콘텐츠 역시 그 진의를 파악한 다음에야 비로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