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7만 원짜리 옛날과자와 저성장·고물가 시대

입력 2023-06-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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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만 원짜리 옛날 과자가 큰 이슈가 됐다. 이른바 지역 축제에서의 바가지 논란이다. KBS 2TV ‘1박 2일’에서 출연자들이 영양 산나물축제장을 방문해 옛날 과자를 구매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과자 단가는 100g에 4499원. 과자 한 봉지(1.5㎏)에 6만8745원이 저울에 찍혔고, 상인은 7만 원을 불렀다.

출연진은 비싼 과자 가격에 놀라 사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상인은 이미 포장을 완료했다며 봉지를 건넸다. 방송 자막에는 ‘현실 물가에 배짱 상실’이라며 호기롭게 과자를 사려 했던 출연자들의 놀란 모습을 표현했다. 결국 이들은 흥정을 통해 과자 세 봉지를 14만 원에 구매했다.

“시장 아저씨들 특유의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라 경악했다”, “아무리 물가가 비싸져도 말이 안 되는 가격이다” 등 논란이 일자 해당 상인은 결국 6일 “코로나로 인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제가 생각이 짧아 과자 단가를 높이 책정했다”며 사과했다.

영양군도 “이동상인도 축제의 일부고, 축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영양군의 당연한 책무”라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상거래 질서 확립 대책을 마련해 국민과의 신뢰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름 성수기 및 지역 축제 바가지 논란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장기 저성장·고물가 시대 늪에 빠진 최근 우리의 현실을 봤을 땐 답답한 마음이 커진다.

먼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 정직하게 제품값을 올리고 ‘고물가’ 탓을 해도, 오히려 ‘고물가’ 탓을 하며 바가지를 씌운다고 오해받을 수 있는 노릇이다.

적자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이다. 반도체 등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소비를 통한 내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이같은 바가지 논란은 소비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 국경이 다시 열린 상황에서 국내 여행보다 해외 여행을 가려는 수요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여름 성수기에 국내에서 바가지를 쓰고 마음 상하느니, 해외로 나가는 게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더 이득인 형국이다. 저성장 시대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줄었던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액은 32억3500만 달러로 2019년 3분기 32억8000만 달러 이후 3년 반 만에 가장 큰 수치다.

4월의 경우, 여행수지는 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규모가 전달(-7억4000만 달러)보다 2억4000만 달러 줄었지만, 이는 해외여행객 감소가 아니라 국내 입국자 증가의 영향이다. 오히려 해외 여행객은 전달보다 2만5000명 증가한 14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만 봤을 때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498만 명이다. 전년 동기에 기록한 41만 명 대비 1100% 이상 급증한 숫자다.

여름철 해수욕장 파라솔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고, 계곡의 백숙집 가격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다. BTS가 부산 공연 계획을 세우자 공연장 근처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국내 경기의 버팀목인 소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관광지 내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관광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물론이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뒷받침돼야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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