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이 ‘탄핵 블랙홀’에 휩싸이자 의료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윤석열 표’ 딱지를 붙여 무효화를 시도 중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최근 각 의대에 내년도 정원 모집 중단을 통한 실질적 정원 감축을 요구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윤 대통령이 벌인 ‘의료 농단’으로 규정하고 의대 정원 원점화를 요구하고 있다. 계엄사령부가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포고한 데 대한 분노를 넘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격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확정된 내년도 정원을 조정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대학 입시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원 조정이 교육현장 및 정책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특히 의대 증원은 다른 개혁과제와 다르게 윤 대통의 의지로 보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정부인 2020년에도 의대 증원을 추진했으나, 총파업을 불사한 의료계의 반발에 중단했다. 이후에도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끊임없이 의대 정원 논의를 요구했으나, 의협은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던 중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속출했고, 정부는 의대 증원을 재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는 ‘적정 증원’을 제시해달라는 복지부의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점에서 의대 증원은 ‘윤석열 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2000명’이라는 애초 증원분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에 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지만,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방향성은 이미 문재인 정부부터 정해졌다.
정부는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과제들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현재로써는 연내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개혁안 논의 상황을 보면서 발표 일정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