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절벽 앞에 선 주택 시장

입력 2025-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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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했지만 여느 때처럼 희망차지 않다. 우리 사회 전반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내 집 마련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주택 시장은 공급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가 예고편이었다면 올해는 '본 게임'이다.

부동산R114의 조사를 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총 26만3330가구다. 2014년 27만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동시에 지난해 36만4058가구와 비교해 10만 가구 이상 축소된 것이다. 작년에 3채였던 집이 올해 2채 정도로 줄어든 셈이다.

수도권 주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기도에서만 4만6500여 가구가 감소하는 등 전체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지난해보다 입주물량이 줄어든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곳도 크게 의미를 둘만 한 수준이 아니다.

입주 물량 부족은 전세를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가 올해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셋값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주요 근거가 입주 물량 부족이다.

앞으로 2~3년 후 입주 물량인 분양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는 전국 158개 단지 총 14만6130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였던 2010년 17만2670가구보다 적은 수치다.

아직 분양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대형 건설사들의 물량을 포함해도 16만 가구를 밑돌 전망이다. 사실상 '역대 최저'란 타이틀을 확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분양 물량이 계획을 밑도는 일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15만~16만 가구는 가장 낙관적인 수치일 수 있다. 지난해도 26만5000여 가구가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83.7%인 22만2000여 가구만 분양했다.

2016~2024년 연평균 분양물량이 26만8000가구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소의 절반 정도만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다.

공급이 감소하면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청약 과열로 매매시장으로 밀려나는 사람이 많아지면 기존 주택 가격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장 쉽고 좋은 해결책은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민간이 활발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동안 공급 부족의 늪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의미다. 한 시장 전문가는 공급 절벽이 수도권을 기준으로 5년은 지속할 수 있다고 봤다. 건설업계 임원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10년 정도로 예상했다.

물론 누구도 3년 이후의 공급 상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공급 부족이 5년을 넘어 10년까지 장기화할지 아니면 2~3년 이내에 끝날지 결정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공급 문제를 풀려면 무엇보다 민간이 의욕적으로 집을 짓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관련해서 최근 몇 년간 급등한 공사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시장 정상화 가속, 도심 용적률 상향, 중소·중견업체의 원활한 자금조달 지원 등의 의견이 제시된다.

차질 없는 정책 이행도 중요하다. 공급 갈증 해소를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주택 수요자들이 불안감을 덜고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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