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기계 업계에서 ‘농슬라’로 불리는 대동이 업계 최초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에 참가한다. 글로벌 농기계 강자이자 대동이 북미 시장에서 추격 중인 미국의 존디어는 과거 CES에서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대동이 CES 참가를 계기로 코로나 호황 이후 내리막 추세에 있는 북미 시장 매출 반등을 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동은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리는 CES 2025에 참가해 인공지능(AI) 농업 기술을 선보인다. 실무진으로 마케팅팀과 홍보팀 직원이 부스를 찾는 관람객을 응대한다. 경영진에서는 김준식 회장과 원유현 부회장이 현장을 찾아 미래 신기술 트렌드를 살필 예정이다.
대동은 CES 전시 부스 콘셉트를 ‘AI to the field’로 정했다.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AI 농업 기술을 담은 것으로, 현장에서 AI 기반의 다기능 농업로봇과 정밀농업, AI 식물 재배기를 소개한다.
다기능 농업 로봇은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신제품으로, 농가 실증을 완료했다. 비전 센서 기반으로 농경지·장애물·작업기를 인식해 자율작업을 수행하는 트랙터와 작업자를 자율 추종하는 운반 로봇이다.
딸기 재배를 예로 들면 딸기 모종을 옮겨 심는 정식 작업부터 적화, 런너(불필요한 가지) 제거까지 딸기의 생육 전반을 관리하는 작업을 하나의 로봇이 하나의 AI 모델에 기반해 엔드투엔드(End-to-End)로 수행한다.
함께 출품하는 AI 식물 재배기는 CES 2025 혁신상을 받은 제품이다.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기술을 적용해 작물별 최적의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AI와 농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육 상태를 분석하고, 수확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점에서 기존 재배기와 차별화된다.
대동의 첫 CES 참가인 만큼 행사 참여를 통한 성과 외에 북미 매출 반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북미는 대동의 최대 수출처다. 대동은 코로나 기간 북미의 하비 파머(취미로 농장을 가꾸는 사람) 수요에 힘입어 북미 매출은 물론 전체 매출 신장으로 이어져 1조 원대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2021년을 고점으로 미국에서 하비 파머의 주 구매 대상인 중소형 트랙터 수요가 줄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AEM(Association of Equipment Manufacturers)에 따르면 미국 내 40마력 미만 소형 트랙터 시장은 2021년 당시 21만5286대에 달했으나 작년 3분기 절반 수준인 10만6120대로 대폭 줄었다.
실제 북미 매출과 대동의 전체 매출 추이를 보면 북미 매출은 2018~2019년 2000억~3000억 원 수준에 그쳤으나 2020년 4236억 원, 2021년 6188억 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8322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어 2023년에 7763억 원으로 줄었고 작년 3분기까지 5697억 원을 기록 중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2%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대동의 전체 매출은 2019~2020년 8000억 원대에서 이듬해 1조1792억 원으로 1조 원대를 돌파했고 2022년 1조4637억 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어 2023년에 1조4334억 원으로 소폭 줄었으며 작년 3분기까지는 전년보다 6.3% 줄은 1조1033억 원을 기록했다.
대동은 북미 매출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 내 딜러망 확대, 할부금융 강화, 중대형 트랙터 라인업 확충 등 다양한 전략을 실행 중이다. 동시에 유럽 시장에서도 판매 채널을 확대하며 지역 다변화를 통해 매출 하락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