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 첫 거래가 이뤄진 2일 코스피는 지난해 낙폭 상쇄를 기대할 만한 흐름을 나타내지 않았다. 특히 업종별 대형주가 힘을 쓰지 못하며 지수 상승 원동력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평소보다 1시간 늦게 개장한 이날 코스피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보다 0.02% 내린 2398.94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0.48% 상승하며 2410.99를 기록했지만 등락을 거듭한 끝에 2400선을 내줬다.
지수 하락을 견인한 요소 중 하나로는 각 분야 대형주 부진이 꼽힌다. 제조업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는 0.38% 오르는 데 그쳤고 또 다른 쌍두마차인 SK하이닉스는 1.55%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1.58%), 현대차(-0.24%), 셀트리온(-3.84%), KB금융(0.60%) 등 자동차, 제약, 바이오, 금융 업종 주도주도 미미한 성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낀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증권가는 연말부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춰 잡고 있다. 당장 이날도 대신증권(8만5000원→7만8000원), 한국투자증권(8만3000원→7만7000원)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일부 업종이 시장 침체에도 국내외 호재를 누리며 튀어 오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 특성상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살아나지 않는 한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강하게 견인되는 주도주가 나온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외국인 투자자를 돌려세울 수 있겠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주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올해 수출 전망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반도체 등 주력 업종 경쟁 심화, 트럼프 정부 재집권 이후 미국 무역·관세정책 전환에 따른 하방 요인 등으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8.2%)보다 급감한 1.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연말연시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약 0.8배 수준으로 낮은 구간에 머무르고 있으며 2400선 하방 경직성은 확인된다고 보고 있다. ‘밑바닥 다지기’가 투자 이유의 전부는 될 수 없어도 그 기회를 가늠할 안전판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수 회복세와 관련해서는 아직 관망이 필요한 만큼 종목 위주로 선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정보팀장은 “올해는 지수보다 종목을, 밸류에이션 매력보다 실적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선·방산 등 미국 정책 수혜가 명확하거나 성장에 대한 차별적 모멘텀이 있는 기업, 한국만의 강점을 보유한 기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