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날 "끝까지 싸우겠다" 메시지...'보수 결집' 해석
-한남동 관저 집회에 지지자 몰리고 혼란 심화
-정치적 위기 때마다 '보수 결집' 시동...野는 비상대기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영장 발부와 헌법재판관 '8인 체제'라는 전방위적 압박에 여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국회의 탄핵소추안 투표 때마다 메시지를 냈던 윤 대통령은 체포 영장 집행을 목전에 두고 또다시 "끝까지 싸우겠다"는 자필 서명을 내면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보수 결집을 시도해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일 헌법재판소는 신임 헌법재판관 2명(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이 바로 사건에 투입돼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으로 정계선 재판관과 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했다. 두 재판관의 임명으로 헌재는 약 두 달 만에 '6인 체제'를 벗어나 '8인 체제'로 갖추고 대통령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게 됐다.
지난달 31일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공수처가법원에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군경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킨 혐의(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를 받는다.
3일에는 헌재 2차 변론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헌재와 공수처가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전날 자필 서명이 담긴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A4용지 1장짜리 글에서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이와 관련한 첫 메시지다.
그러면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우리 더 힘을 냅시다"라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 일대에서 집회를 열던 지지자들 사이에선 환호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큼 '불응'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윤 대통령이 31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보수, 특히 강성 지지자 결집에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선 강성 지지층을 향해 체포를 막아달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날 한남동 관저 일대에선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각각 집회를 열었고, 욕설과 고성이 오가면서 혼란이 극심해졌다.
더불어민주당엔 비상대기령이 내려졌다. 민주당은 "무안공항에서 자원봉사하는 의원들을 제외한 모든 의원의 참석을 요망한다"고 공지했다. 혹시 모를 물리적 충돌 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CBS라디오 방송에서 "체포영장 집행 관련한 극우세력에 대한 윤석열의 메시지 전달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국회에서 비상 대기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지지자들이) 언제 움직일지 모른다"며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책임지겠나"라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떤 형태가 됐든지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행태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고비 때마다 메시지를 내왔다. 지난달 7일 국회의 첫 탄핵소추안 투표 당시엔 '당에 일임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내면서 여당 의원들이 투표에 나서지 않아 투표 불성립으로 탄핵 위기를 넘겼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 투표 이틀 전인 12일에는 4차 담화를 통해 내란 불성립과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탄핵 소추에 정면돌파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이 담화를 두고 앞으로 있을 탄핵 심판에 대한 공개변론이자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