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말, 미국 의회는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큰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예산안에 대한 양당의 합의가 상당 수준 진행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양당 합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예산안뿐 아니라 미국의 부채 한도를 완화시키는 협상 역시 함께 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이다.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가 커지는 등 일정 수준의 내홍을 겪기는 했지만 예산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었고, 트럼프와 머스크의 부채 한도 관련 요구 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공화당 의원들 38명이 반대했기 때문인데, 이들은 미국의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적자를 크게 늘리는 데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부채 한도 문제와 맞물려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는 그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 재정 적자를 상당 수준 감축하였기에 대규모 법인세 인하에 큰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 사태 등을 거치면서 미국의 재정 적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는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도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협상에 이미 상당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과거와 달리 국가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진행되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나타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표는 시장이 기대하는 대규모 감세 정책의 원활한 진행에 일정 수준 제약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트럼프는 취임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는데, 당선 이후 트럼프는 해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번복했다. 연준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기대보다 약해진 반면, 연준은 트럼프의 정책에 일정 수준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월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이후부터 이어질 수 있는 금리 인하는 매우 신중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그 원인을 묻는 기자 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고려하는 연준 내 의견이 있음을 언급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여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기에 연준 역시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 등 정책이 연준의 긴축 재개와 같은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의 보편 및 고율 관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전 세계 각국은 자국 내수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하고, 이를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존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며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중국 역시 고율 관세 부과 시 위안화 절하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일본 역시 지난 해 12월 엔화의 급격한 강세에 부담을 느끼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미루었다. 트럼프 관세 부과에 앞서 각국의 통화 절하 경쟁이 그 반대편의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달러가 최근처럼 급격한 강세를 나타내면 그 효과가 상당 수준 희석된다. 연준의 긴축 가능성과 환율 전쟁으로 인한 달러 강세 압력은 트럼프 관세 정책 역시 여러가지 제약 사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감세, 관세 등의 정책은 미국의 압도적 성장 기대를 강화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견제 역시 강할 수 있는 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