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이어 영국 정치 개입 시도하는 머스크
유럽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찾아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무역과 관세는 물론 러‧우 전쟁과 중동 상황을 논의했고, 머스크는 독일에 이어 영국 정치에 개입을 시도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멜로니 총리를 만났다.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세 번째 외국 정상이다. 머스크와 인연이 있는 멜로니 총리는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수 정치인 멜로니 총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탈리아가 유럽 내 ‘트럼프 동맹’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EU) 강대국들이 국내 정치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우파 연정이 자리잡은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들은 마러라고 회동에서 무역‧관세 등 경제 문제와 중동, 러‧우전쟁 그리고 이란에 구금된 이탈리아 기자 세실리아 살라의 석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멜로니 총리에 “환상적인 여성”이라며 “유럽을 완전히 홀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도 연일 유럽 국가 정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머스크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저격하며 찰스 3세 국왕이 의회 해산을 명령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난민 출신 학생을 공격한 혐의로 수감 중인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밀착해 영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이날 머스크는 패라지가 로빈슨에 대해서는 머스크와 다른 입장을 견지하자 “개혁당은 새 대표가 필요하다. 패라지는 그만한 자질이 없다”며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독일에 대해서도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며 노골적인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기고문을 실어 인공지능(AI)으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머스크는 AfD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는 라이브 토크쇼를 계획하고 있다.
CNN은 머스크의 이같은 움직임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거라고 전망했다. 영국과 관련한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미 영국 내부에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수당의 케미 바데노크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강간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유럽이 머스크의 정치 개입에 난감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 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 상황인 만큼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CNN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