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벤처 투자 비중도 35.7% 역대 최고
스타트업 자금 조달 양극화 심화
앤스로픽, 600억 달러 기업가치 인정받아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장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을 인용해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미국 AI 스타트업에 970억 달러(약 141조 원)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전체 스타트업이 조달한 2090억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며 역대 가장 큰 비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전 세계 벤처캐피털의 스타트업 투자에서 AI와 머신러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5.7%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중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부터 3년간 18%에 머물렀지만, 2023년 24.7%에 이어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편 벤처캐피털들은 미국에서 총 508개 펀드로부터 761억 달러 자금을 조성했다. 벤처캐피털에 투자한 펀드 수는 2014년 이후 가장 적었고 금액상으로는 2019년 이후 최소치였다. 이렇게 외부로부터 돈을 많이 끌어오지 못했음에도 벤처캐피털이 AI 분야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베팅한 것이다.
그만큼 스타트업 자금 조달에 있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크고 확실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더 쉬운데, 크고 화제성 있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였다”며 “AI 기업에 더 많은 현금이 쏟아졌지만,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같이 과거 인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에도 이러한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20억 달러 모금을 위해 기업평가에 나선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600억 달러의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1년 전 평가받았던 180억 달러를 3배 이상 웃돈 수치다.
앤스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곳으로, ‘클로드’라는 생성형 AI 챗봇이 대표 상품이다. 아직 오픈AI의 챗GPT만큼 일상에서 많이 쓰이지 않고 있지만, 아마존이라는 대기업이 자금 대부분을 대면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2023년 이후 앤스로픽에 대한 전체 투자액을 80억 달러까지 늘렸다.
또 앤스로픽은 아마존과 구글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서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구글로부터도 수십억 달러를 유치한 상태다. 이번에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스페이스X, 오픈AI, 스트라이프, 데이터브릭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가치가 큰 미국 스타트업이 될 예정이다.
오픈AI는 지난해 10월 66억 달러를 모금하면서 기존보다 두 배에 가까운 157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11월엔 일론 머스크의 xAI와 퍼플렉시티가 각각 대폭 상승한 기업가치 속에 자금을 조달했다.
WSJ는 “투자자들은 생성형 AI가 사람의 일과 생활 방식을 바꿀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들은 AI 스타트업 대부분이 많은 기술 비용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