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작년 MMT 1.5조 거래…올해도 불확실성 대비 유동성 확보

입력 2025-01-0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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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불확실성 대비 유동성 확보…“안정적 자금 운용ㆍ수익성 증대”

▲현대·기아차 양재본사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 양재본사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여건은 여전히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정 명예회장의 이 발언은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국제유가는 수요 증가와 공급 차질 우려에 3개월 만에 치솟았다. 당시와 달리 원화는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약세를 지속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유동성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단기금융상품 MMT(Money Market Trust)에 1조 원 이상 투자하며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강달러,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관세 정책 등 각종 경기 불확실성 속에 견고한 유동성 유지가 중요해졌다.

올해도 500억 MMT 투자 개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7일 현대차증권이 발행한 MMT에 500억 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에는 29회에 걸쳐 MMT에 1조4900억 원을 투자했다.

MMT는 일반 예금처럼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시중금리보다 이자율은 높아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기 투자처로 인식된다. 현대차는 통상 발행일로부터 3~4개월 후 만기가 되는 MMT 상품을 주로 매입하며,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다른 자산에 비해 유동화가 편리한 MMT 투자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조2600억 원, 1조4700억 원을 MMT에 넣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조9700억 원, 2조6600억 원어치 MMT에 투자하며 금액을 2조 원대로 늘렸다. 이후 포스트 코로나를 맞은 2022년(1조7100억 원), 2023년(2조5800억 원)에도 MMT를 적극 활용했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대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의 MMT 매수 역시 환율 리스크, 미래사업 투자 등에 대비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유지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대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연결기준 26조5000억 원 수준이다.

현금 확보 부추기는 환율ㆍ관세 리스크

당장 달러 강세가 현대차를 둘러싼 큰 변수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제품을 팔고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나는 덕에 현대차와 같은 수출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수출선 다변화로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러한 수혜가 줄었다.

또 수출 대신 해외 현지 투자와 생산이 늘고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비용 증가 부담이 늘었다. 오히려 달러 강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국내 소비여력이 떨어지면 현대차의 국내 판매가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7.5% 줄어든 70만5010대에 그쳤다.

늘어나는 해외 투자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과감한 대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그룹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를 비롯한 주 정부와 인프라 투자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6일 신년회에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놓치지 않고 살핀 이순신 장군처럼 위기 속에서도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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