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호조에 연준 금리인하 기대 약화
10년물 美국채 금리 8개월래 최고치
일각선 올해 6%까지 치솟을 가능성 점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임박한 가운데 최근 오름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5%포인트(p) 뛴 연 4.68%를 기록했다. 금리는 장중 한때 4.69%까지 올라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한 달 새 약 0.5%p 올랐다.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미국 정부의 390억 달러(약 56조7400억 원) 규모 10년 만기 국채 경매도 4.68%의 금리에 낙찰됐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금리 급등 여파에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1%대 하락 마감했다.
채권시장이 불안에 빠진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지표 호조가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를 통해 비농업 부문 구인 건수가 809만8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770만 건)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해 12월 비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54.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의 52.1은 물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53.4를 모두 웃도는 것이다. 특히 세부지수 중에서 서비스업 기업들이 자재와 서비스 구매에 지급하는 비용을 보여주는 가격 지수가 64.4로 전월의 58.2 대비 6.2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련의 지표 호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7월까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고용과 서비스업 지표는 현재 미국 경제가 강하고 금리도 제약적이지 않다는 시장의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지고, 정부 차입은 더 늘어나 국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다음 달 말까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옵션거래가 나왔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처임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고율 관세 정책과 재정 지출 확대 영향으로 올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대 6%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ING의 파드라익 가비 글로벌 금리 전략팀장은 올해 말 5.5%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T로웨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사인 채권 부문 책임자는 6%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블랙록의 가르기 쇼두리 미주 지역 수석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재정정책에 대해 확신이 필요한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좀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지금은 얼마나 많은 국채가 발행될지 불확실해 투자자들이 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