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8000원대 가격에 한끼 훌륭한 메뉴로 인기
외식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편의점도시락 매출 30%↑
14일 오전 11시 15분 서울 중구 한진빌딩 26층 구내식당 앞. 식당 오픈까지는 15분이 남았지만, 키오스크 앞에는 일찍부터 식권을 구매하려는 이들로 붐볐다. 저마다 오늘 맛볼 점심 메뉴를 궁금해 하며 벽면에 붙어있는 식단표에 기대감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식자재·급식업체 푸디스트가 운영 중인 이곳은 한진 직원은 물론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을지로 일대에서 손꼽히는 ‘인기 구내식당’이다. 입소문을 타고 인근 다른 기업 임직원들이 삼삼오오 찾아올 정도다.
이곳의 인기 비결은 단연 ‘가성비’다. 한식, 일품, VIP 3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중식·석식 기준 한식과 일품은 6500원, VIP는 8000원이다. 이마저도 원재료비 상승으로 올해부터 500원씩 오른 가격이다.
외부 식당에선 한 끼에 1만 원도 빠듯하지만, 최고 8000원이면 매일 바뀌는 훌륭한 메뉴로 식사할 수 있어 이용객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이날 한식과 일품의 메인 음식은 각각 사천고추찜닭과 참치김치볶음밥이었고, VIP 메뉴는 목살김치찌개였다. 메인 음식과 함께 다양한 반찬, 녹차 등의 음료까지 제공됐다.
한진빌딩 인근 한 기업에 근무 중인 김시몬(38)씨는 “외식물가가 너무 올라 일반식당에서 점심값은 이제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메뉴 고민도 없어 회사 동료들과 이곳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다. 특히 이곳은 맛도 좋다”고 했다.
특히 VIP 메뉴는 별도공간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혼밥을 하러 온 박진화(34)씨도 “최근 구내식당 메뉴 가격이 올랐지만 다른 식당에 비해선 여전히 싸다”며 “일반식당에선 혼자 식사하면 눈치가 보이는데, 여기선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당 한 편에선 샐러드 메뉴도 예약판매 중이었다. 가격은 6500원으로 샐러드 메뉴도 매일 다르게 제공한다. 냉장진열대엔 사전예약한 샐러드 제품들이 점심때에 맞춰 잘 포장돼 있었다.
이처럼 직장인들이 점심 때 가성비 좋은 구내식당을 찾는 이유는 치솟은 외식물가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117.38)보다 3.1% 상승했다.
주요 외식 메뉴별 가격 상승률도 만만찮다. 지난해 기준 도시락은 전년 대비 5.9%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떡볶이 5.8%, 햄버거 5.4%, 김밥 5.3% 등으로 분석됐다.
고물가 상황에서 점심 한끼를 간단히 먹고 휴식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일명 '편도(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신장세다. 편의점 GS25와 CU의 작년 12월 도시락 등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5.2%, 32.2% 늘었다. 양사 모두 점심시간대 매출이 전체 시간대 평균 대비 60% 이상 높았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은 오피스 상권에서 편의점 간편식 매출이 눈에 띈다. 작년 12월 기준 오피스 상권의 간편식 매출은 GS25는 전년보다 26.2%, CU는 36.7% 각각 증가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점심 시간 편의점 간편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도시락, 김밥, 주먹밥 등이 인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