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내 전자업계 전문가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5’ 참관 소회를 묻는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는 기업들에게 분명한 기회임과 동시에 엄청난 위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새로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영원히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전 산업군에서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사업 진출 기회의 장이 열렸다. 미래는 AI 시장에 기업의 존폐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국내 기업들 역시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기획평가원(KIAT) 산업기술정책단이 발간한 '2024년 우리나라 기업 R&D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의 R&D 비용은 2013년 46조5599억 원에서 연평균 7.5%씩 상승해 2022년 기준 89조4213억 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 목적으로는 신제품 개발이 47.7%로, 전체 R&D 비용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기존제품 개선 22%, 신공정 개발 18.1%, 기존공정 개선 12.2% 순으로 높았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신기술 및 신사업 투자를 위한 연구개발비는 계속해서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연구개발비는 10조58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가전, 반도체 등 기존 사업에서 AI향 제품군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신사업으로 로봇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회장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면서 초석을 다졌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향후 휴머노이드 등 첨단 로봇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국내 총투자금액 24조3000억 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11조5000억 원을 R&D에 배정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초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AI 기술이 접목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기술 검증을 위해 소량 생산하는 차)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한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배터리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석유화학·철강·조선업계는 친환경 분야 등에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