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4㎛까지 개발
AI 시대 개화하며 시장 확장
AI 가속기용 CCL에 하이엔드 동박 공급 시작
배터리 소재로 쓰는 동박은 구리를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단위로 얇게 펴 만든 막이다. 과거에는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에 주로 쓰였다. 최근 들어선 스마트폰·노트북 등 소형 IT기기부터 전기차 배터리 등 이차전지용 수요가 급증했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에는 전자의 이동 경로 역할을 하는 집전체가 있다. 음극 집전체로 사용되는 게 바로 동박이다. 전기가 잘 통하면서도 얇고 균일도가 높은 특성 덕분이다.
통상 6~8㎛ 두께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4㎛대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동박이 얇을수록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활물질을 넣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동박을 제조하는 방법은 크게 롤 압연 방식과 전해 방식으로 나뉜다.
롤 압연 방식은 롤러 사이로 구리를 통과시켜 얇게 만드는 것이다. 두께가 얇아질수록 생산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로 두께 35㎛ 이상의 동박이나 방산, 자동차 전장 등 특수 분야에 사용된다.
FCB나 이차전지용 동박은 전기분해를 통해 구리를 도금하는 전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황산 용액에 구리 선을 용해시킨 뒤 전류를 통과시키면 수용액 속의 구리가 티타늄 음극에 달라붙으면서 얇은 막을 형성한다. 롤 압연 방식보다 생산 비용이 낮고 얇게 만들기 수월하다.
잘 나가던 동박이 된서리를 맞은 것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결정적이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으면서 전기차 시장 침체로 연결됐고 이는 동박 기업들의 생산량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결국 배터리 수요 하락을 맞닥뜨린 업계가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AI의 연산 속도를 높여주는 핵심 부품인 AI 가속기에도 동박이 들어간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부터 두산 전자BG에 AI 가속기용 초극저조도(HVLP)4급 동박을 공급하고 있다. 두산 전자BG가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에 적용된다.
현재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제품은 3세대 이하인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4세대 동박은 3세대와 비교해 인장강도(≥35kgf/㎟)와 연신율(>3%)은 비슷하지만, 조도(≤0.8㎛)가 낮아 신호 손실을 최소화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5ㆍ6급 HVLP 동박도 개발을 완료해 고객사의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솔루스첨단소재도 두산 전자BG에 자사의 하이엔드 동박인 초극저조도 동박을 공급하고 있다. 조도를 0.6㎛ 이하로 낮춘 점이 특징이다.
양사 동박을 사용한 두산 전자BG의 CCL은 최종적으로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가속기 블랙웰 모델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