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직원, 직원과 직원이 서로 지키는 ‘프로텍터십’ 경영 철학 제시
일ㆍ가정 양립ㆍ임직원 보호 앞장..."임직원 보호=자립 지원" 강조
우리는 여러 이유로 회사에 다닌다. 누구는 생계를 위해서, 누구는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업 역시 여러 이유로 직원을 채용한다. 조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스킨케어 전문 기업 ‘고운세상코스메틱(고운세상)’은 조금 특별하다.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지키는 공동체를 목표로 한다. 서로 협력하는 회사는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누군가는 이상적인 얘기라 할지 모르지만, 고운세상에선 실화다. 10년 동안 사내 문화와 분위기가 바뀌고, 매출은 20배가 넘게 뛰었다.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고운세상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면서도 직원들에게 “그 아이디어 좋던데, 다음 주에 논의하자”며 살갑게 격려했다. 언론 플레이용 연출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이 대표가 그동안 임직원 보호 제도 구축에 얼마나 힘써왔는지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1세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Dr.G)’를 보유한 고운세상은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5년 연속 선정, ‘대한민국 밀레니얼이 일하기 좋은 기업’과 ‘대한민국 여성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기업’ 3년 연속 선정에 빛나는 강소기업이다.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운영 중인 대표적인 제도는 △육아휴직 최대 2년 보장 △임신 전 기간 단축근무 △난임 치료비 지원 및 시술 당일 휴가 △자녀 입학식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10일 의무 사용 △배우자 태아 검진 동행 휴가 △배우자 임신 막달 2시간 단축 근무 등이다.
이 대표는 일ㆍ가정 양립과 임직원 보호 제도 구축에 힘쓰며 고운세상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특히 다양한 임신과 출산 관련 지원 제도를 만들었다. 고운세상의 사내 출산율은 2022년 기준 2.7명에 이른다. 합계출산율이 0.7명에 가까운 초저출산 시대에 남긴 대기록이다.
이 대표는 이처럼 높은 사내 출산율 비결을 묻자, 대뜸 자신을 ‘실리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거창한 신념이 있는 건 아니다. 육아 경험이 있는 직원이 일도 잘한다. 아이를 키우는 경험은 최고의 리더십 훈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육아는)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인내심도 단련이 되고, 위기 해결 능력을 키워준다. 리더로서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육아 경험이 결코 커리어에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대한 멈춤의 기간’이라고 부른다.
고운세상에서는 ‘사내 복지’보다는 ‘임직원 보호’라는 말을 쓴다. 이 대표는 회사와 직원이, 직원과 직원이 서로를 지키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그는 이런 관계를 ‘프로텍터십(Protetor-ship)’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같은 제목의 저서(프로텍터십-우리는 서로의 버팀목이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고운세상에 합류한 2014년, 그는 당시 회사를 폐쇄적이고 역동성이 떨어진 조직이라고 회상했다. 매일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의 표정을 살폈고, 어두운 낯빛의 직원들에게 ‘승리 DNA’를 심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작은 성공이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승리의 맛’을 보고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직원들의 ‘의자’를 바꾸는 것이었다. 그는 “’회사가 우리에게 투자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도 직장 생활 기간 우여곡절을 꽤 겪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회사에서 크게 인정도 받았고 동시에 추락의 쓴맛도 봤다. 직원들에게서 자신의 과거가 투영됐기에, ‘선하고 강한 사람들’로 키워주고 싶었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고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달하는 시작이 자신만의 자신새 의자였던 것이다.
이 대표는 ‘다니기 좋은 회사’와 ‘일하기 좋은 회사’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편한 직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싶은 직장’이 그의 목표다.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은 ‘건강하고 자유로운 1인 기업가들의 공동체’다. 언제든지 자신의 사업을 꾸릴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집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임직원 보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1인 기업가인 직원들의 자립이다. 이 대표는 “임직원 보호는 사회에서 자립 가능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제시하고 성장을 지원한다는 의미”라며 "고운세상 직원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