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트럼프 정책 동향 예의 주시…한미 협력 요인 극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 유입을 이유로 1일(현지시간)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압박 '1차 표적'에 들지는 않았지만 거세질 통상 전쟁에 대응해 미국 신정부의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이처럼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통상은 물론 비(非)무역이슈에서도 관세로 상대를 위협하는 '관세 무기화'를 활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재집권 이후 실제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관세 부과가 면제되는 품목은 없다. 다만, 다만, 원유 등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에너지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물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미국에 대해 맞대응 조치를 할 경우 관세율을 더 올릴 수 있는 보복 조항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 인근 동맹국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보편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도 유탄을 맞았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를 겨냥한 국내 기업의 주요 생산 기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한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작년 1∼11월 K3 17만5000대, K4 6만4000대 등 총 25만3000대가 생산돼 판매됐다. 이 중 K3 12만8000대가 미국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또한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로 이 지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같은 전기차·배터리 기업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진짜 위기는 아직이다.
이들 나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에도 '보편 관세'를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철강, 석유, 가스 등 부문별 추가 관세도 조만간 부과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 대미(對美)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가 주력 수출 품목인 한국도 비상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미 신정부의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무부 등 관계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이른바 '보편 관세' 문제를 포함한 트럼프 신정부 차원의 새 무역 정책의 틀이 이때 종합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고 이때까지 한국의 부담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통상 당국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인준을 거쳐 내달 중 취임하는 등 트럼프 2기 통상 정책 라인이 진용을 갖추는 대로 여러 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해 트럼프 2기 한미 산업·통상 협력 구체화 방안을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국면에서 중국 의존을 벗어나 자국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풍부한 산업 공급망을 갖춘 한국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한미 협력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통상 압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미국에 한국의 전략적 활용 가치가 부쩍 커졌다"라며 "특히 여러 제조업 기반이 중국과 한국이 겹쳐 미국에서 한국의 활용 가치를 더욱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