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카자흐스탄‧중국‧파키스탄 順…‘정치적 의견’ 사유 최다
난민 인정률 2.7%…법무부 “역사‧문화 요인 등 단순비교 불가”
1994년 난민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된 난민신청 건수가 12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500여 명에 그쳤다.
법무부는 3일 누적 난민 신청 건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만2095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는 총 5069건이었지만, 2013년 난민 인정 절차와 처우에 대해 규정한 난민법이 시행되면서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
특히 2018년 처음으로 1만 명대가 넘어선 1만6173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이후 2020년, 2021년 주춤하다가 2023년 역대 최대인 1만883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난민 신청 건수도 1만8336건에 달했다.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많이 한 상위 5개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중국, 파키스탄, 인도 순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5개국의 난민 신청 건수는 5만8419건으로 전체 신청의 48% 수준이다.
신청 사유는 정치적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종교, 특정 사회 구성원, 인종, 가족 결합, 국적 순이었다. 난민협약에 해당하지 않는 경제적 목적, 사인 간 위협 등 사유가 5만1432건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난민신청자’ 자격이 되면 6개월간의 심사를 거친다. 난민심사를 총괄하는 법무부는 면접, 조사 등을 진행한다. 난민신청인은 자신이 박해받을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총 1544명이었다. 누적 난민 인정률은 법무부의 본격 심사가 결정된 6만5227건 중 2.7% 정도다. 총 난민 신청 건수와 비교하면 1.3%에 불과하다.
한국은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 이후 31년간 난민 인정률은 2% 안팎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23% 수준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주요 난민 발생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난민 인정률은 지리적 접근성, 역사적‧문화적 유사성 등 복합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므로, 다른 나라와 난민 인정률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부룬디,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이란 등 보호 필요성이 높은 국가 국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난민 인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의 국적은 미얀마(474명), 에티오피아(164명), 이집트(154명), 방글라데시(124명), 파키스탄(109명), 콩고민주공화국(63명), 이란(61명), 예멘공화국(46명), 아프가니스탄(45명), 수단(41명) 등 순이다.
난민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신청자 중 일부는 임시비자인 인도적 체류 허가(G-1)를 받기도 한다. 인도적 체류자는 총 2696명으로, 국적은 시리아(1271명), 예멘공화국(802명), 아이티(117명), 미얀마(55명), 중국(37명) 등 순이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정확한 난민 통계를 국민에게 제공해 난민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앞으로도 보호가 필요한 난민에 대해선 더욱 엄정한 심사를 통해 적극 보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