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인플레 자극해 고금리 장기화 우려
가상자산 상승장 종료 우려…“장기 관점 접근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관세 전쟁에 불을 당기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했다. 상승장 종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분석가들은 아직 상승장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낙관했다.
3일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5% 넘게 하락한 9만4000달러 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선을 반납한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약 일주일 만이다.
이번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약해 온 관세 부과 정책을 실제로 실행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의 3대 무역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외한 캐나다산 물품과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이에 각국 역시 보복 관세 대응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응할 방침을 밝히며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관세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해 유동성 수혜를 보는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 기준 3월 19일 예정된 FOMC에서 금리가 0.25%p(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이달 43.7%에서 15.5%까지 하락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상승장 종료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중이다. 다만, 국내 분석가들은 이번 하락이 상승 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석문 프레스토리서치 센터장은 “상승장 종료의 가능성이 0은 아니지만, 무역전쟁으로 경기 둔화가 되면 이에 대한 대응은 통화량 완화가 유력해 전 세계 유동성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이 설령 긴축하더라도 글로벌 유동성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은 유동성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상승장 종료를 단언할 순 없다”고 했다.
최승호 쟁글 리서처 역시 “단기 조정을 거쳐 다시 반등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빈번했다”면서 “비트코인은 거시경제 상황과 기관 및 대형 투자자 참여 확대 여부, 정치적·정책적 지지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구조적 하락 신호가 명확히 포착되지 않는 이상 전체 상승장이 종료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최 리서처가 언급한 구조적 하락 신호는 아직 포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가 크립토 댄(Crypto Dan)은 “미실현순손익(NUPL)이 과거 고점들보다는 훨씬 낮다”면서 “시장의 최고점은 일반적으로 엄청난 신규 유입 및 과열로 판단할 수 있는데, 현재 그러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체 투자자의 미실현 손익을 나타내는 비트코인 NUPL 지표는 2일 기준 56.1%로, 2018년 고점(79%)과 2021년 고점(74%) 대비 낮은 수준이다. 크립토 댄은 “NUPL 지표는 지난해 3월 64%까지 상승했고, 연말에도 63%까지 상승해 상승사이클 후반부로 볼 수는 있지만, 아직 최고점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했다.
이들 분석가들은 단기적인 상승과 하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정 센터장은 “왜 이 기술이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지 차근차근 이해하면 변동성에 좀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고, 최 리서처 역시 “프로젝트 창립자의 신뢰성,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활성 지갑 수와 TVL 등 온체인 지표를 종합해 신중히 접근하시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크립토 댄 역시 “앞으로도 호재와 악재들은 수도 없이 많이 나올 것이고, 대부분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단기적인 관점의 접근보다는 사이클 관점의 큰 틀에서 시장을 바라보며 투자한다면, 스트레스도 적을뿐더러 올바른 투자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