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 칼을 빼들면서 3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지만, 국고채 금리는 장기물 위주로 하락 마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01%포인트(p) 내린 연 2.572%에 마감했다. 위험회피 심리 고조 속에도 지난달 22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데 따른 되돌림이었다는 평가다.
국채 금리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까지도 지표물인 3년물과 장기물 위주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급격한 가격 약세를 보인 셈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장기채는 지난 22, 23, 24일에도 3거래일 연속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한 달 전 2.749%였던 국채 10년물은 한 달 만에 11bp(1bp=0.01%p) 넘게 뛰면서 2.8%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무게감이 실린 영향으로 보인다. 통상 장기채는 듀레이션이 길어 단기채보다 연준의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동결 경계감이 높아지자 원화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4.50원 급등한 1467.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 13일(1470.80원) 이후 최고치다.
업계에선 오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채권시장의 경로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가시화되면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금리가 저점 대비 10~20bp 높아진 상황이므로 일부는 (금리 상승을) 이미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2월 중에는 기준금리 인하 재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재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부과는 환율 우려로 금리인하의 여력이 제한되는 만큼 (국내 금리도) 글로벌 금리와 마찬가지로 플래트닝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내일 국고 30년 입찰에서 보험사들의 참여 강도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