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나마 운하에 집착했던 진짜 이유

입력 2025-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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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중국계 이민자 유입
운하 건설에 中 노동자 대거 투입
홍콩계 기업 핵심 항구 2곳 확보
미 전략자산 통과 여부까지 노출
중남미에서 中 영향력 견제 목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파나마에 운하 통제권 환수를 앞세웠던 압박을 이어왔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파나마에 운하 통제권 환수를 앞세웠던 압박을 이어왔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나마운하 통제권 환수’ 위협이 끝내 실질적 목적을 달성했다.

파나마 정부는 결국 위협의 실마리였던 홍콩계 기업의 항구 운영권 해지를 검토하는 한편, 미국 정부소유 선박에 대해서는 통행료 면제까지 제시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나마 정부가 더는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해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와 폴리티코 등 주요 외신도 이를 포함해 홍콩계 기업의 항구 운영권 해지 가능성을 잇달아 보도했다.

현재 운하 인근 5개 항구 가운데 양쪽 끝단에 자리한 핵심 항구 2곳은 홍콩계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Hutchison Ports PPC)가 운영 중이다.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등 2곳이다. 운영 계약은 2047년까지로 알려져 있다. 관련 보도를 보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들과의 위탁운영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전후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토록 이 운하에 집착하는 것일까.

▲파나마운하 지도
▲파나마운하 지도

◇길이 82km…미국 해운물류 40%가 통과

중남미 작은 나라 파나마는 면적이 753만2000헥타르(ha)다. 우리나라 남한 면적(1004만4300㏊)의 약 75% 수준. 인구는 2022년 기준으로 약 440만 명이다.

파나마는 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을 가로 지르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로 잘 알려져 있다. 1914년 개통한 운하는 총 길이만 82km에 달한다. 서울 남산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까지 거리다. 운하 건설 당시부터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의 후손이 여전히 파나마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배는 바닷길이 아닌, 호수길을 따라 이동한다. 운하 주변에 풍부하게 자리한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뱃길에 물을 채운다. 이 물길을 배가 통과하는 셈이다.

다만 모든 선박이 운하를 통과할 수는 없다. 내륙 뱃길이다 보니 길이와 너비, 배수량 등에서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이 제한돼 있다. 폭 33m 미만, 배수량 9만t 미만의 선박만 운하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박을 건조할 당시부터 이 기준에 맞춰 배를 건조하기도 한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상선들인데 이들을 ‘파나맥스(Panamax)급 선박’이라고 부른다.

일반 상선보다 속도를 높여야 하는 군함의 경우 상대적으로 너비가 좁다. 파나마운하 정도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 다만 전략자산이 대형화되면서 일부 군함은 운하 통과가 불가능하다. 미 해군의 주력 니미츠급 항공모함 역시 파나마운하 통과가 어렵다.

운하를 지날 때는 예인선이 배를 밀고 당기거나, 양옆에 자리한 전동 기차가 견인 선을 이용해 배를 끌고 간다. 80km 넘는 수로를 안전하게 이동하는 만큼, 통과 시간만 8~10시간이다. 입구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하루 이틀은 기본이다.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남미 대륙 남단까지 돌아나가기보다 약 보름을 절약할 수 있다.

파나마 운하를 양방향에서 이용하는 선박은 연간 1만3000척 수준이다. 세계 무역의 5~6%에 달한다. 나아가 미국에서 출발했거나 미국이 목적지인 전체 선박 가운데 40%가 이곳을 지난다. 이 운하가 미국의 이익과 세계 경제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났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났다. (AP연합뉴스)

◇中 안보법 따라 홍콩기업 적극 동조 가능해져

이 운하는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한 뒤 80년 넘게 관리 및 통제해 왔다. 이후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해 파나마에 운하 운영권을 넘겼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중국인이 상권과 주요 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파나마 역시 마찬가지, 특히 운하 관련 산업에 중국인이 많이 관여해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와 정치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그동안 파나마 운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운하 양쪽 끝에 자리한 핵심 항구 운영권을 홍콩계 기업이 거머쥐고 있기 때문이다.

CSIS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는 2020년 홍콩에 도입된 국가안보법이다. 중국 국가안보법은 홍콩 기업을 포함한 홍콩계 기업이 중국 정부의 정보수집 및 군사 작전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2018년 파나마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기로 한 것도 트럼프의 운하 통제권 환수의 배경이 됐다. 더 나아가 중국이 파나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중남미까지 세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CSIS의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마르코 루비오 신임 국무장관이 서둘러 파나마를 찾은 것도, 운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종식할 것을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행보가 단순히 운하의 통제권 확보를 위한 전략은 아니라는 게 CSIS의 분석이다. 그동안 중국은 조용히 미국의 약점을 파악해왔고, 드러나지 않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왔다. 파나마 운하가 이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다.

결국, 미국 새 행정부는 파나마운하까지 영향을 확대하는 한편, 이를 시작으로 중남미와 남미까지 확산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미국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적 수준의 검토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계약 해지가 가능한 법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CSIS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파나마를 비롯해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만들고 있다”라며 “운하는 물론 더 넓은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게 될 것이고, 운하는 그 시작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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