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인해 외식이 부담스러운 요즘, 퇴근 후 혹은 집에서 나 홀로 술 한잔을 즐기는 ‘혼술’ 문화가 꾸준하다. 맥주나 위스키, 와인을 비롯해 ‘믹솔로지(Mixology)’ 문화를 주도한 하이볼에 이어 최근엔 일본 ‘사와’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와란, ‘시다’는 뜻의 영어 사우어(Sour)를 일본식 발음으로 불리면서 굳어진 일본식 칵테일의 한 종류다. 증류주에 과일주스나 레몬즙 등을 넣어 만드는 데, 주로 가벼우면서도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한 잔 마시면 상쾌한 느낌이 가득해 젊은 층에서 특히 인기다. 일본 편의점에선 캔에 든 즉석 섭취 음료(RTD) 형태의 제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레몬 사와’가 대표적이다.
일본 여행 등을 통해 한번 맛본 사와를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자, 최근 일본 주류 유통기업 니혼슈코리아가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국내 편의점을 통해 ‘사와노모토 3종’을 선보였다. 500㎖짜리 팩에 담긴 사와노모토는 ‘진저·콜라·시소 사와’ 등 3가지 맛의 원액으로 구분된다.
제품 측면에는 원액을 활용해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 제조법도 친절히 적혀 있는 데, 꽤 간단하다. 얼음을 가득 담은 글라스에 사와노모토와 탄산수를 1대3의 비율로 넣고 섞어주기만 하면 끝이다.
우선 ‘콜라 사와’는 입에 한 모금 머금자, 가장 먼저 익숙한 콜라 맛과 향이 느껴졌다. 얼음이 없는 탓에 대신 토닉 워터를 살짝 얼려 슬러지처럼 타 마시니 시원함과 탄산의 청량함이 극대화돼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로 맛본 ‘진저 사와’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생강의 고유의 알싸한 맛보다는 상큼한 레몬 맛처럼 다가왔다. 시중에 판매하는 레몬 하이볼은 너무 시거나 알코올이 강하게 느껴져 다소 부담스럽던 기억이 있는데 진저 사와는 적당한 산도로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마지막 ‘시소 사와’는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허브 ‘아카시소’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갈색, 노란빛의 콜라·진저 사와와 달리 투명한 원액이다. 마치 숲에서 맡을 수 있는 시원한 식물 향으로 과일처럼 새콤함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3종 모두 거부감이 드는 특유의 알코올 향이 아닌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매력적이었는데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하거나, 독한 술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듯하다. 1팩으로 10번 정도 만들 수 있는 넉넉한 용량도 장점이다. 팩으로 된 제품이지만, 따로 플라스틱 뚜껑이 있어, 한번에 먹지 않아도 보관이 쉽다.
다만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 소주보다도 높은 20도의 알코올 도수가 복병이다. 결코, 낮은 알코올 도수가 아니지만, 소주처럼 쓴맛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빠르게 마시게 됐다. 사와를 한꺼번에 연달아 마시니 알딸딸함과 함께 살짝 취기가 돌았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이들은 음료수처럼 무턱대고 마시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