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LS증권 대표이사(CEO)의 검찰 기소를 시작으로 중소형 증권사 CEO자리를 둘러싼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여의도를 잠시 떠났던 올드맨(OB)들의 이름이 소환되면서 한때 70년대생을 전면 배치하며 세대교체가 진행되던 증권가에 올드맨들의 귀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증권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규 대표를 비롯해 봉원석 부사장, 김영진 부동산금융본부장(상무)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임원들이 일제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에 기소됐다.
2019년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 대표로 취임한 김 대표는 2022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오는 3월 말 2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사태로 연임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
PF 손실로 실적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리스크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은커녕 PF 비리 의혹을 받게 되면서다. 지난해 LS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줄어든 218억 원에 그쳤다. LS증권은 부동산 호황기에 PF로 큰 수익을 내온 대표 증권사다. 김영진 상무는 PF 영업으로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2022년부터 2연 연속 LS증권 연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차기 LS증권 사장 후보로 홍원식 전 하이투자증권 대표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홍 전 대표 또한 과거 LG투자증권 출신으로 LS증권의 전신인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를 지내 내부 사정에 밝다는 평가다. 이주한 세일즈앤트레이딩 사업부대표(부사장)도 차기 CEO 후보로 함께 물망에 오른다.
홍 전 대표는 증권감독원 출신 관료로 안정적 경영에 익숙하며, 61년생인 김원규 대표보다 어린 1964년생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LS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홍 전 대표, 이주한 대표 외에도 70년대생 여러 명과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고위 관계자는 “LS증권은 PF 사고가 터진 현 상황에서 사업을 새로 확장하기보다 우직히 사고를 수습하고 빠르게 정상화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새 사장으로 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경영이 힘들 때 경륜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노장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뚝심 있는 경력과 넓은 인맥을 배경으로 위기 돌파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70년대 사장이 대거 등용되던 증권가에서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올드맨들이 조직 안정화에 속속 투입되고 있다. 홍 전 대표 이전에도 최근 복귀에 성공한 증권업계 CEO들은 다수 있다. 주원 대표는 지난해 9월 6개월 만에 상상인증권 대표로 복귀했다. 주 대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대표를, 2017년부터 2024년 3월까지 흥국증권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메리츠증권 상임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각에서는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가 다올투자증권 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한양증권 대표 공석 자리에 김병철 현 KCGI 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이동한다는 얘기도 돈다. 김병철 대표는 유안타증권 채권본부장 출신으로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채권통인 김 대표는 채권 인수 등 수수료 수익을 적극 확대 중인 한양증권에 적합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