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전략적 제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담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오픈AI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었다. 대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챗GPT를 탑재하고, 상반기 중 선보일 AI 서비스 ‘카나나’에 오픈AI의 AI 모델을 활용할 계획이다.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16180953_2137192_1200_800.jpg)
한국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국내 기업들이 AI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빅테크와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빅테크 협업은 일리 있는 전략이다. 성능이 입증된 모델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 어깨에 올라타면 AI 모델을 독자 개발하는 비용·위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카카오는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챗GPT를 탑재하고, 상반기 중 선보일 AI 서비스 ‘카나나’에 오픈AI의 AI 모델을 활용할 계획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지난해 9월 5년 동안 총 2조4000억 원 규모의 AI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2029년까지 KT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MS에 공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 결과물로 상반기에 한국형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미·일 AI 동맹’ 시험대로 주목받는 사례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손 회장과 올트먼은 약 730조 원을 투입해 미국에 초거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국면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위험 분산 전략 차원에서라도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AI 생태계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현실의 일단을 엿보게 된다.
빅테크와 국내기업 간 인수합병(M&A)설도 불거진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국내 AI칩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AI 반도체 기술력을 인정한 성과로 볼 수 있지만, 미래 가치가 엄청난 유망 업체와 기술이 고스란히 유출되는 측면도 있으니 반길 일만은 아니다. 소탐대실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해외 빅테크에 기대는 것은 기회와 위험, 양면이 존재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픈AI, 엔비디아, MS 등과 같은 미국 기업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 AI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AI 혁신을 주도한다. 한국은 딴판이다. 이미 AI 분야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더 많은 인재 순유출국이다. 국가 핵심 경쟁력인 AI 기술 확보를 해외 빅테크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면 우리 혁신 역량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AI 기술 독립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결단코 피할 길이다.
해외 빅테크와 협업·협력은 하되 ‘AI 기술 독립’의 길은 넓게 열어둬야 한다. 빅테크들이 군침을 흘리는 독자 기술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의 경우 해외 거대자본이 손을 내민다고 덥석 잡을 게 아니라 토종 글로벌기업과 협업할 길은 없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대기업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임할 일이다. 기술 패권 시대다. 엉뚱한 길로 접어들면 AI 종속국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국가 대계 차원의 AI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