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연금개혁 접점 못 찾아
국회 윤리·APEC 특위 구성 합의

여·야·정 대표는 20일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 열린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시기와 규모 등은 확정하지 못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로 특례’ 조항과 연금개혁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빈손 회담이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116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박태서 국회 공보수석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추경 필요성엔 다 공감했고, 민생 지원과 AI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 규모, 세부 내용은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국회 윤리특위, 에이펙(APEC) 특위 구성에 합의했고, 기후특위 구성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경과 관련해 민주당은 앞서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자고 제안했다. 추경안엔 1인당 25만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13조 원 규모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조기 대선용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여·야·정 대표가 추경 편성에는 합의를 이뤘기에 곧 실무협의 논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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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선 추후 실무협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3년 정도 일단 시행해보는 방법도 제안했는데, (민주당에서) 그 부분도 노동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주요 연구개발 분야 근로자에 대해 주 52시간제를 예외 적용하는 특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민주당은 해당 조항을 제외한 업계 지원 방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여야는 연금개혁을 놓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수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처리한 뒤 추후 특위에서 구조개혁을 논의하자고 주장해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실상 빈손 회담이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신 수석대변인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라면서 “이 회의에서 뚜껑을 열고 원내대표 중심의 실무협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 오늘 회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부분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양보해야 하는지 명확한 상대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여야는 이른 시일 내 실무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원래 국정협의회는 첫 번째 회의는 당 대표급으로 진행하고, 두 번째부터는 원내대표 간 회동으로 해야지 않냐고 얘기한 바 있었다”라면서 “그런데 대표급을 한 번 더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어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