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유방암 치료제에 새로운 적응증을 경쟁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투약 가능한 환자군이 넓어지면서 국내 유방암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키스칼리(리보시클립), 엔허투(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 등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개발한 유방암 치료 신약들이 적응증 추가 승인에 연이어 성공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트로델비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이성 호르몬수용체 양성(HR+)/인간 표피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ER2-) 유방암 환자 치료 적응증을 새롭게 확보했다. 기존의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TNBC)에 이어 HR+/HER2- 유방암 영역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HR+/HER2-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60%에서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된 유형이다. 호르몬을 활용한 방식인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환자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충분하지 않아 평균 생존기간은 약 12개월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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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적응증 추가 승인의 근거가 된 임상 3상 연구에서 트로델비는 대조군인 단일항암화학요법치료군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4% 감소시켰다. 치료 반응률을 의미하는 객관적반응률(ORR)은 트로델비군이 21%였으며 대조군은 14%로 나타났다.
노바티스의 표적항암제 키스칼리도 HR+/HER2- 유방암 관련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연집행위원회(EC)로부터 각각 9월과 11월에 HR+/HER2- 2기 및 3기 초기 유방암(EBC)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보조요법제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아직 HR+/HER2- 전이성 유방암 적응증만 승인된 상태다.
키스칼리는 임상 3상 연구에서 대조군과 비교해 재발 위험을 25.1%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노바티스는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회의에서 해당 연구의 4년 분석 데이터를 공개했고, 전체 생존율을 비롯해 장기 결과 분석을 위해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평가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다이이찌산쿄와 공동으로 개발한 ADC 치료제 엔허투는 최근 FDA로부터 HER2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HER2 초저발현은 암세포의 과도한 성장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HER2의 발현이 매우 낮은 상태로, FDA가 해당 적응증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엔허투는 아직 HER2양성 및 저발현 적응증만 보유하고 있다.
FDA 적응증 추가 근거가 된 임상 3상에서 엔허투는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6% 줄였다. 객관적반응률은 엔허투 투약군이 62.6%로 파악됐으며 대조군은 34.4%으로 차이를 보였다.
유방암 환자의 증가세에 따라 치료 옵션 확장 요구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앞서 2022년 발간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2020년 한 해에 발생한 유방암 환자 수는 총 2만4806명으로, 갑상선암(2만1722명)을 뛰어넘어 여성암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유방암 치료제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콜 인사이트(Spherical Insights)에 따르면 2022년 319억 달러(약 46조6282억 원)로 추산된 유방암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2032년까지 약 855억 달러(약 124조9753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