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관세전쟁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2년 연속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한 덕이다. 연금의 2024년 수익률은 15%로, 1년간 수익금만 160조 원에 달하며 기금 적립금은 1213조 원까지 증가했다.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익으로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러나저러나 현재의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기금은 2055년 정도에 소진될 전망이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2093년까지 누적될 미적립 부채는 무려 2231조 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아야 할 연금에 비해 재원이 부족한 금액, 즉 ‘빚’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1조 9000억 원, 매월 2조 7000억 원, 하루 885억 원씩 부채가 증가하는 셈이다. 연금의 투자 수익은 세계경기와 정치 상황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20·30세대를 포함한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은 변동성 없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소득대체율은 42~45% 수준 사이에서 여야의 이견이 존재한다. 지금 같은 수준에서는 어떻게 합의해도 기금소진 시점은 2064년 정도로 늘어날 뿐이다. 이 또한 10년 정도의 시간을 더 버는 ‘오십보백보 미봉책’에 불과하다. 즉 단순한 모수 조정만으로는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유럽 국가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스웨덴식 확정기여(DC, Defined Contribution)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착륙을 위해선 핀란드식 확정급여(DB, Defined Benefit) 방식으로 개혁한 후, 점진적으로 DC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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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핀란드처럼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DB, 받을 연금액이 정해져 있음)하고,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하는 절반의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독일처럼 중간 이하 저소득층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고 성실 가입자에게는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제일 취약한 계층에게 세금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면 노인 빈곤은 물론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석이조’의 성과를 볼 수 있다.
연금개혁이 계속 지연된다면 초저출산·초고령화 시대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흔들릴 것이다. 여야는 ‘코앞만 바라보는 개악’에서 벗어나 ‘100년을 내다보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정쟁을 떠나 초당적 합의를 통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개혁안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의 비용과 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이 바로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