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적자와 9년 새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면서 저축은행의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우려가 커지자,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유동성이 충분한 수준으로 유사시에도 대응 가능한 규모"라며 진화에 나섰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가 발표한 2024년 저축은행 업권 결산결과(잠정)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974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영향에 연체율은 8.52%로 전년 말 6.55% 대비 1.97%포인트(p) 상승했다. 2015년 9.2%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오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중앙회에서 '2024년 하반기 저축은행 결산 기자간담회'를 열고, 업권 실적에 부동산 PF 부실채권과 관련해 "자본 구조가 좋은 저축은행들은 상각하고 있고, 또 경·공매를 통해서 매각하고 있다"며 "여기에 펀드를 동원해 넘기는 형태로 연체율을 줄여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은행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제일 불편한 상황이 생기는 건 뱅크런"이라며 "연체율 때문에 건전성이 나쁜 부실 저축은행으로 인식되고 뱅크런 문제가 생길까 봐 조심스러운데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정연 저축은행중앙회 자금운용본부 상무는 "회원사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금을 11조 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며 "70% 정도는 당일 바로 지원 가능한 자금이고 나머지 30%도 이후 전부 가능하므로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조 상무는 "비대면 특성상 야간이라든가 휴일 등 업무 시간 외에 발생할 우려도 있으므로 시중은행과 1조 원 정도 당좌대출 협약을 맺어서 자금 인출이 일어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회는 전날 금융위가 발표한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반색하면서도, 추후 부실채권(NPL) 전문기업을 세우고 M&A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오 회장은 "매각 범위를 넓혀주는 등 M&A 규제를 풀어줘 어느 정도 만족한다. 당국 입장에서는 저축은행 대형화, 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해 걱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회가 되면 완전 자율화 요청을 (당국에) 계속 드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견기업 등에서 저축은행을 사고 싶은 곳이 많고 팔고 싶은 저축은행도 많다"며 "30여 개의 저축은행이 개인 오너나 가족 지분 회사인데 지금의 상속세나 증여 등 구조에서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각을 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이어 "당국에서도 많이 수용해줬지만, 매각 시장은 더 확실하게 열어주는 게 능력이 있는 자본으로 교체할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건전성도 높일 방법이기 때문에 좀 더 확대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금융위는 2년간 한시적으로 저축은행 M&A 허용 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예외적 M&A 허용 범위는 기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 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로 넓어졌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기준도 9% 이하에서 11% 이하로 완화됐다.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경우 대주주 심사가 면제되는 점을 감안해 저축은행법상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면제해 저축은행 M&A 유인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