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비롯해 GM, 닛산, BMW 등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자동차업체들이 하이드리드카 및 전기차 프로젝트를 속속 구체화하는 등 세계 석유산업시장 환경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도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에너지원 개발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012년 연료전지차 상용화를 목표로 둔 현대차는 다음달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i10'을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닛산도 지난 2일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공개했다. 또한 3일에는 BMW가 내년 순수전기차 시제품을 선보이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양산 판매에 돌입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GM은 내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인 '볼트'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는 이미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될 순수 전기차 '아이미브'를 출시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직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장기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인해 당분간 석유의 경쟁성이 클 것으로 예상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정유사들도 투자 우선 순위 재검토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시장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의 대중화 시점이 예상외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회사들이 친환경 전략과 함께 연비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유사들이 상당부분 여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전기차 개발 흐름 등을 볼 때 예상외로 석유산업 시장환경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미래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에너지가 최근 인천CLX의 중질유분해시설(HCC)에 대한 투자를 연기하는 대신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모색에 나서는 등 국내 정유사들도 청정석탄을 이용한 액화석유사업이나 비식용식물에서 추출하는 바이오부탄올, 2차전지, 연료전지 등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값싼 저급 석탄에서 석유를 추출해 내는 '청정 석탄에너지산업'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8년까지 2조35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에너지는 현재 2차전지에 대한 테스트 작업에 여념이 없다. SK에너지 기술원에서는 2차전지를 탑재한 하이브리드카가 시험 운행 중이며 실험실에서는 영하 30도에서 영상 60도의 급격한 온도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전기 충·방전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조만간 배터리 공급계약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15년엔 배터리 관련 매출로 2조원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해조류 등 비식용 작물로부터 발열량이 높고 파이프라인 수송이 가능한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미 대전 대덕에 위치한 SK에너지 기술원에서는 촉매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높은 수율과 낮은 원가로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기초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아울러 SK에너지는 올 하반기 건설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 친환경 수소스테이션을 완공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고난도의 대규모 수소 제조장치의 추가 개발 및 수소스테이션의 성능 향상 등 본격적인 수소에너지 시대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도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하고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통합적 연구개발을 위해 'GS칼텍스 신에너지연구센터'를 건립해 가정용 연료전지와 상업시설용 연료전지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연료전지 자동차를 위한 수소스테이션으로 연구대상을 넓히고 있다.
또한 폐목재, 폐식물 등을 이용해 바이오부탄올을 만들어내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바이오부탄올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개량균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특허출원도 마쳤다. 뿐만 아니라 2차전지의 일종인 전기이중층커패시터(EDLC)용 탄소소재 개발, 차세대 2차전지인 박막전지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