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가 현실화 될 경우 KB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대행겸 국민은행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정기조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강 행장은 그동안 KB금융 회장 자리에 물러난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 간의 불편한 관계를 인식한 듯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차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의 파급효과를 예상하면서도 이례적으로 메가뱅크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또 다시 뜨거운 금융대전을 예고했다.
메가톤급 금융대전에 불씨를 붙인 곳은 일단 정부와 금융당국이다.
그동안 메가뱅크 필요성을 처음 주장한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고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또 실제로 정부는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9%를 매각한 데 이어 지배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소수 잔여지분도 상반기 내에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 지분 가운데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 6.97%에 대해 자사주 매입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은행권의 메가뱅크를 통해 세계 30위권에 불과한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2015년까지 2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중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6월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해 중에는 민영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가 피력되면서 KB금융지주의 계산기도 빨라지고 있다.
KB금융 지난 해 연말 자산규모 316조원으로 우리금융(자산317조9000억원)에 다소 못 미치지만 지난해와 올해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회장의 잇따른 사퇴, 정부와 금융 당국간의 마찰 등으로 일시적인 악재가 겹쳤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자산규모는 올해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택은행과의 합병이후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다져왔고 대형은행을 리드할 수 있는 리더십 역시 KB금융이 적절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에 마땅한 인수대상자가 없는 것도 KB금융지주의 장점이다.
인수대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하나금융의 경우 자산규모가 169조원으로 우리금융보다 2배 가까이 적다. 따라서 자칫 무리한 인수ㆍ합병(M&A)를 시도했다가 시장에 불안감만 중폭 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도 하나금융보다는 KB금융과의 합병을 원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여론과 시장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강 행장의 어떤 방식으로 메가뱅크를 주도할 것인지 여부다.
그동안 KB금융의 숙원사업인 외환은행 인수를 수차례 실패한데다 KB금융 회장의 공석으로 새로운 ‘딜(Deal)’을 체결하기에 수월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A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빠른 결단력과 최종 승인권이 있어야 하지만, 강 행장 직함은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으로 분류돼 있어 KB금융지주 회장이 선임 전 까지는 힘들다는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같은 거대 매물은 CEO의 빠른 결단력과 최종 승인권이 있어야 하지만 (강 행장의 경우) 회장 대행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은행장 수준의 결정권 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빠른 결단을 내리거나 M&A를 추진하는데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의 M&A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차기 회장 선임 작업부터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현재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선임될 경우 KB금융의 M&A는 말 그대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어 위원장의 경우 현 정부의 핵심 인사로 손꼽히면서 공조가 수월하고 금융당국에서조차 별 다른 반대의사를 표현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
이 때문에 그동안 KB금융지주의 숙원사업인 외환은행 인수도 탈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M&A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당국간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는게 급선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차기 회장을 뽑는 길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