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약 유통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농협')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농약 제조업체들의 가격결정권을 침해하고,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설정하다 감독당국으로부터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 농협이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시중 농약 판매상들이 농약을 저가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농약 제조업체를 압박해 농약 제조업체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농약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5억3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농약 제조업체들과 계통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중 농약 판매상들이 농약 계통구매 가격보다 저가로 농약을 판매하면 해당 농약 제조업체로 하여금 일정한 금액을 부담토록 하거나 농협의 재고를 반품할 수 있도록 하는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계통구매 계약이란 농협이 회원조합을 위해 매년 농약, 비료, 사료, 농자재 등 제조업체들과 일괄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농협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자신들이 제시한 거래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농약 제조업체들로부터 12억6000만원을 강제로 징수했으며 2006년에는 2600만원 상당의 농약제품을 일방적으로 반품하기도 했다.
이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농협은 현재 국내 농약 유통시장에서 40~50%를 차지하는 거대 수요처로서 농약 제조업체들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농약 제조업체들은 농협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크고, 사실상 농협을 대체할 만한 거래선을 찾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농협이 농약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시중 농약 판매상에게 농협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농약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기업 영업활동의 핵심인 가격결정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농협이 농약 제조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유통경로 간 가격경쟁을 제한, 최종소비자인 농민이 농약제품을 저가로 구매할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협은 시중 농약 판매상이 저가로 제품을 판매하면 해당 농약 제조업체에게 패널티를 부과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농약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경쟁을 통한 농약제품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약제품의 가격 하락이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면 소비자 물가 및 서민 경제의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