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10대그룹 계열사들이 소극적인 투자로 사상최대규모의 유보율을 기록했다.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유보율 상승이 고용·소비 저하로 이어지면서 국가경제가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등 국내 10대 그룹(자산총액 기준)의 지난해 유보율은 1219.45%를 기록, 전년대비 96.54%p가 높아졌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10대 그룹 계열사 중 작년과 비교를 할 수 있는 72개사가 분석대상이다.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전년대비 8% 늘어난 25조 9439억 원이었지만, 이익잉여금은 242조1624억 원으로 전년대비 23%나 증가했다.
자본금과 잉여금의 차이가 약 10배에 이른다. 이는 대기업들의 수익규모에 비해 각종 투자를 주저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전체 이익잉여금에서 10대 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57%에서 59%로 증가, 대기업들의 투자확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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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3만6385.49%를 기록했다. 2009년 말 3만1493.85%보다 4891.64%p 늘어났다. SK 텔레콤도 2009년 2만%대(2만9102.71%)이던 유보율이 지난해 3만739.60%를 기록해 3만%대를 돌파했다.
이외에도 롯데제과,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SK C&C, 영풍 등이 1만%대의 유보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회복세에 들고는 있지만 아직 기업들은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도 연초부터 국제유가 고공행진과 일본 대지진, 유럽지역 재정위기 등 세계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공격적인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 유보율
: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이지만, 투자와 같은 생산적 부분 지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