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⑫해외근무의 득실

입력 2011-11-17 10:11 수정 2011-11-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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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지점 근무 ‘꿈과 현실 사이’

널찍한 정원이 딸린 저택, 벤츠 등 고급승용차, 유창한 외국어 구사. 해외지점근무하면 연상되는 것들이다. 이는 적어도 20여년 전까지는 옳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달라졌다. 급여는 국내 은행 근무자와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현지에 진출한 영업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자녀교육문제도 여전히 골치아픈 데다 승진에서 혜택받는 것도 없다. 그러나 은행에서 해외지점근무는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K은행의 박모 부장은 최근까지 미국 뉴욕지점에서 3년간 근무를 했다. 그는 과거 선배들이 얘기하던 해외근무 여건과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1970~1980년대만 해도 급여가 국내의 두 배 가까이 됐고, 꿈만 같던 자기 차도 몰 수 있었다. 반면 업무는 국내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가 약했다.

박 부장은 “과거 선배들이 얘기하던 해외지점 근무는 보상차원에서 보낸다던 개념이 컸고, 영업실적에 대한 부담보다는 자금조달에만 신경쓰면 됐다”면서 “겉으로만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요즘은 해외영업에 대한 강조 때문에 부담감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지점이 영업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W은행의 최모 부장은 “현지 사무소의 경우 정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압박은 없다”면서 “현지의 주요 이슈 보고 등 상황보고가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은행원들이 해외지점 근무를 선호하는 것은 자녀교육 때문이다. H은행 이모 팀장은 “사교육비를 들여서까지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상황에서 해외지점 근무는 주택문제와 교육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경우도 많다. K은행의 박 부장이 그런 경우다. 박 부장은 “3년 근무를 마쳤을 때 자녀의 교육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며 “현지에서 학업을 마치기로 하고 혼자 서울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지점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국내지점에도 서열이 있듯 해외지점도 서열이 있다. 선진국 지점은 국내의 대형지점과 마찬가지로 각광을 받는다. 미국의 뉴욕·LA, 영국의 런던, 일본의 도쿄, 중국의 북경·상해, 홍콩이 그런 곳들이다. 반면 캄보디아, 바레인, 필리핀, 인도 등은 기피하는 지역이다.

S은행의 김모 팀장은 “가족의 의사에 따라 기피지역이 달라진다”면서 “인도 등 영어권 지역이지만 생활환경이 불편한 곳은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최근 각광을 받지만 생활수준이 높은 북경, 상해나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청도지역은 인기가 높은 반면 중국내륙 근무는 피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외로 지점장으로 나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녀교육도 문제지만 인사권자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이 불안하다는 생각에서다.

해외에 나가 있으면 아무래도 최고경영자를 만날 기회가 드물다. 그래서 “안 보면 잊혀진다”라는 말을 임원승진을 목전에 둔 사람들은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김 팀장은 “해외지점 근무가 승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혜택을 받았다는 인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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