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한 사람을 꼭지점으로, 조연과 단역 그리고 엑스트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가 가장 이상적인 영화 캐스팅 구조의 형태다. 하지만 요즘 개봉 영화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톱 주연이 아닌 쓰리톱, 포톱 등 떼거리 주연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1000만 영화’ 도둑들은 무려 ‘텐(10)톱’ 시스템이다. 문자 그대로 충무로가 떼거리 주연 전쟁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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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떤가. “차태현이면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는 충무로 캐스팅계 공식마저 있다. 그의 관객 동원력을 의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런데 차태현 외에 오지호 민효린 고창석 성동일 등 6명의 배우가 더 이름을 올렸다. 개봉 2주차 만에 300만 명을 넘었다. 일간 박스오피스에선 ‘도둑들’마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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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충무로의 문제점으로 볼 수도 있다. 확고한 ‘원톱의 실종’이다. 이름만으로도 수백만 명을 보장한다던 송강호는 지난해 말 ‘푸른소금’과 올해 초 ‘하울링’이 연달아 참패했다. 배우 장동건은 ‘마이웨이’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원톱형 배우들의 자리를 ‘조연급 주연’ 배우들이 대신하면서 주연을 3~10명으로 하는 멀티 캐스팅이 붐을 이루게 됐다. 물론 멀티 캐스팅을 대세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한 영화 제작자는 “다수의 캐릭터 모두에게 고른 시선을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전체 스토리와 집중력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태생적으로 멀티 캐스팅 영화는 한국 영화 관객들이 유난히 민감해 하는 스토리 라인의 부실성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바로 ‘새로움’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연일 개봉되는 신작 영화의 물결은 기시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새로운 기획력이 생존의 법칙으로 떠오른 가운데 다수의 주연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역시 새로운 기획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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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개봉한 멀티 캐스팅 영화부터 현재 개봉 대기 중인 ‘점쟁이들’ ‘신세계’ ‘간첩’ ‘베를린’까지. 이른바 떼거리 주연의 영화는 이제 충무로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