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매일 한국어로 일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반 총장은 2002년 외무부 장관 시절부터 일기를 썼으며 유엔 사무총장이 된 뒤 일기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곧 출간되는 ‘반기문과 대화 :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유엔’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다만 요즘은 너무 바빠서 손으로 쓰는 대신 녹음기로 구술 일기를 쓴다고 소개했다. 녹음한 내용은 비서에게 정리하도록 하는데 반 총장의 최측근 인사도 이런 사실을 모른다고 전했다.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톰 플레이트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교수가 반 총장을 만나 나눈 대화를 토대로 쓴 대담집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을 지낸 플레이트 교수는 국제정치 전문 저널리스트다.
이 책에서 반 총장은 바쁜 일상과 세계 최고 지도자답지 않은 소탈한 면모를 보여준다. 반 총장은 “하루 24시간 언제든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시차에 구애받지 않고 편한 시간에 전화하게끔 하겠다는 배려다.
하루에 5개 회의를 주재하고 10차례 연설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반 총장은 세계 어디든 재난과 어려움을 겪는 곳이면 달려가다 보니 여객기 이코노미 좌석을 탄 적도 있다고 했다. 반 총장은 지진 홍수 기아 전쟁이 발생한 현장에 즉각 달려가는 이유에 “유엔은 재난을 당한 세계 각국 국민을 위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을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규정한 플레이트 교수는 “매우 따뜻하고 사려 깊은 인물이고 자기 앞에 닥친 일을 절대 미루는 법이 없다”며 “이는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한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