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겨울 유독 눈에 많이 띈 것이 아웃도어 할인행사였다. 적게는 30%에서부터 많게는 50%까지 파격 세일을 연이어 선보였고, 심지어는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등산화 보상판매까지 실시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세일에 목을 맨 것은 재고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초겨울 유난히도 날씨가 따뜻해 예상만큼 겨울용 재킷을 판매하지 못하면서 그 물량은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경기 불황으로 의류 판매가 줄어들면서 의류업체들의 재고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섬유산업패션 동향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의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9조938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10조400억원, 3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한 8조7260억원을 기록했다.
10월 의류 소매 판매액은 유통업체의 장기간 할인행사와 중저가 상품 위주의 판매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3조8970억원을 기록했다. 추석 이후 연이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할인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유지한 것이다.
업계는 최근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현금 확보를 통해 재고를 빨리 소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LG패션의 경우 올 3분기 말 재고는 3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을 줄였다. LG패션은 지난해의 재고 부담으로 생산을 축소하고 신규브랜드 출시나 매장 수 확대를 자제하는 등 보수적인 운영을 해왔다. 그 결과 실적이 개선되고 재고 부담이 줄어 내년에는 신규브랜드 론칭 등 외형적인 확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은 패스트패션(SPA)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의류에 대한 수요가 예전과 달리 고정 수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옷의 디자인이나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재고를 보유하기보다는 정해진 물량을 그때 그때 소진시켜 버리는 유통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아웃렛 관계자는 “최근 아웃렛에서 대형할인 행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만큼 아웃렛 쪽으로 물량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