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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1년 성적표가 나오는 달이기 때문이다. 성적표에 따라 투자자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관리종목’ 지정이냐 ‘상장폐지’냐를 놓고 마음을 졸이는 투자자도 있다. 이때 부푼 꿈을 안고 투자했던 주식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리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한다.
A상장사의 경우 지난해 적자 전환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자본잠식률 50% 이상에 해당,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우려가 있다는 공시가 나왔다. 이와 거의 동시에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는 소식과 함께 최대주주 변경 소식이 들려왔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가지 공시를 놓고 투자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도 대규모 자금이 조달된 만큼 회사가 기사회생할 거라는 긍정적인 주장을 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러한 자금 조달에도 불구하고 관리종목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맞섰다.
투자자들이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상장폐지’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회사의 감사보고서 제출이 주주총회 전에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상장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그럴싸한 주장이었다. 따라서 회사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강한 조언(?)이 뒤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주주총회 일주일을 앞두고 이 회사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감사의견 적정을,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상장폐지는 아니었다. 다만 자본잠식률 50% 이상은 피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이에 따른 우려로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B상장사의 경우를 보자. B상장사는 지난 2012년에 이어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적자 폭은 더 확대됐다고 잠정공시했다. 투자자들은 연이은 실적 악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악재는 계속해서 터졌다. 공시불이행과 공시번복 등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회사 사정으로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될 거라는 공시와 함께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도 나왔다.
결국 이 회사는 제출 시한보다 늦게 감사보고서를 제출했고, 감사 결과 의견 거절과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거래소는 회사 측에 이러한 사유 해소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관련 규정에 의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투자자들은 두 회사를 비교하며 서로 자기가 투자한 회사는 상장폐지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면서 이달 내내 설전을 펼쳤다. 한 회사는 관리종목에 그쳤지만, 다른 한 회사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희비는 엇갈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