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점 2년 새 322개 줄어=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개 증권사가 운영한 국내 지점수는 1534개로 2011년 말 1856개와 비교했을 때 322개(17.34%) 감소했다. 2012년 말 1674개에 비해서는 140개(8.36%) 줄었다.
대형사 중에서는 대신증권이 2012년 말 104개에서 지난해 말 78개로 26개 지점을 줄였다. 같은 기간 현대증권(18개), 하나대투증권(10개), 우리투자증권(8개) 등도 지점을 축소했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HMC투자증권(11개), NH농협증권(8개), 동부증권(7개), 유진투자증권(5개) 등이 지점을 줄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권사들의 지점 통폐합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기존 95개 지점을 72개 지점으로 통폐합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올해 안에 115개 지점 가운데 20여개 지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23개 지점을 추가로 폐쇄키로 결정했다. 폐쇄 영업점은 강북본부 7개, 강남본부 4개, 중부본부 4개 , 동부본부 5개, 서부본부 3개 등 23개 지점이다.
중소형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3월 메리츠종금증권은 전국 19개 지점을 5개의 초대형 점포로 개편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여의도 본사를 빼면 광화문과 강남, 부산, 대구 등 단 4개 지점으로 대폭 감축한 셈이다. 최근 HMC투자증권도 전국 38개 지점을 15개 지점으로 통폐합할 계획을 밝혔다.
증권사들의 지점 통폐합은 또 다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이 이뤄지면 제한된 수의 고객을 갖고 더 많은 직원들끼리 내부적으로 경쟁하게 된다”며 “회사가 제시한 영업목표를 충족시키기 더 어려워져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퇴직하는 경우가 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점 통폐합의 경우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 고객들의 투자 패턴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증권사 고객들의 투자 패턴이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면서 영업 형태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 “강세장이 온다 해도 과거처럼 지점 중심의 영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증권사 ‘지점축소’ 영향 유형자산 규모도 줄어=증권사들이 장기 불황에 지점 폐쇄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은 재무제표상 수치로도 나타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기준으로 12월 결산 상장 증권사 19곳 가운데 18곳은 유형자산 규모가 직전 회계연도와 비교해 평균 12% 줄었다.
지난해 증권사 상당수가 2013회계연도부터 결산월을 기존 3월말에서 12월말로 변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증권사가 9개월간 유형자산의 상당부분을 처분한 것이다. 증권사들의 유형자산 감소는 지난해 지점 통폐합을 진행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의 유형자산은 토지와 건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유의미한 수준의 업황 회복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 1분기에도 증권사들의 유형자산이 지난해 말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12월 결산 상장 증권사 19곳의 유형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평균 2.21% 줄었다.
유형자산이 가장 크게 줄어든 증권사는 HMC투자증권이다. HMC투자증권의 유형자산은 지난해 말 72억35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말 65억6300만원으로 9.29% 줄었다. 이 밖에 NH농협증권(-7.43%), 미래에셋증권(-7.31%), 삼성증권(-6.24%), SK증권(-6.21%) 등의 유형자산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김미정 기자 m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