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쿠푸 왕의 피라미드, 바빌론의 공중정원, 그리스 올림피아의 제우스 상….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일부이다. 이렇게 정해진 것이 기원전 2세기경이라니, 이런 방식은 꽤나 오래된 구식(舊式)이다. 사전에서 구식을 찾아보면 ‘예전의 형식이나 방식 또는 케케묵어 시대에 뒤떨어짐’으로 나와 있지만 어떤 대상을 쉽게 설명하는 데 이것만 한 것이 없다. 마치
1964년 도쿄 올림픽 대회 마지막 날 에티오피아의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1932~1973)는 이번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5주 전 맹장수술을 한 전 대회 챔피언인 그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는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개최국 일본은 이 우승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상식
“TV는 왜 언제나 비싼 것일까?” 지난 일요일 TV를 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옛날 휴대전화, 일명 벽돌 전화기만 한 리모컨에 있었다. 값이 떨어질 것 같으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을 내놓아 값을 올리고 새로운 기능에 버튼 하나씩 추가되어 지금과 같이 버튼이 많은 리모컨이 된 것이다. 리모컨 버튼이 계속 추가되는 한 TV
요즘 전철 풍경(風景)을 예전과 비교하면 가장 달라진 것이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십년 전만 해도 옆 사람에게 혹여 방해될까 하여 세로로 접어서 보고 다 읽으면 머리 위 선반에 올려놓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신문은 종이 신문으로 읽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나조차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기 때문이다. 세상
지난주 토요일 모나미153 볼펜 한 타스를 180원에 산 청년이 만년필연구소에 찾아왔다. 청년의 말인즉 일요일까지 3일간 153 타스를 한 사람에게 하나씩 180원에 판매한다는 이야기였다. 만년필을 고치고 있던 나는 180원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153볼펜이 180원이라, 내가 중학교 다닐 땐 50원이었는데 많이 올랐군요” 했더니 “소장님, 한 자루에 18
나는 중학교 때 교문 앞에서 만년필을 파는 아저씨한테서 가짜 파커45를 샀다. 미국 파커사(社)와 기술 제휴를 했다는 둥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에 속아 산 것은 아니었다. 그 만년필이 파커사와 아무 관련이 없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가짜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진짜는 너무 비쌌고 가짜라도 화살클립에 새부리의 모양 펜촉, 점점 가늘어지는 날렵한 몸통의 파
요즘 극장가에서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의 분투를 그린 ‘서치’가 화제이다. 지난달 29일 개봉 관객 수 3위로 출발했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며칠 전엔 추석맞이 대작을 밀어내고 1위까지 올랐다. 이렇게 처음엔 인기가 없다가 나중에 인기를 얻게 되는 경우를 요즘 말로 ‘역주행’한다고 한다.
필기구 세계에도 이런 역주행이 있다. 1963년 일본의 펜
하얀 식탁보가 깔린 둥그런 탁자에서 노신사가 차를 마시고 있다. 약간 떨어진 다른 식탁에서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가슴팍에서 검은색 만년필을 꺼내 식탁에 내려놓는다. 순서를 기다렸던 것처럼 사람들이 일어나 처음의 그 사람처럼 만년필을 내려놓는다. 식탁은 이내 만년필로 꽉 차게 된다.
만년필 마니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 장면은 천재 수학자 존 내시(J
러시아 월드컵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결승에 올라갈 두 나라가 정해졌고 곧 우승국이 가려진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유독 이변이 많았다. 가장 큰 이변은 1%라는 확률을 뚫고 우리나라가 2대 0으로 독일을 이긴 것이었다. 기록을 찾아보니 80년 월드컵 역사상 독일을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이라 어렵다”라는 말처럼 처음은 어렵고
“올해는 노벨 문학상 없다.” 5월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투(MeToo)의 불똥이 한림원까지 튀었기 때문이다. 10월 초 일본 기자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을 전하는 외신, 서점에 수북이 쌓인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또 자료를 찾아보니 마크 트웨인(1835~19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방송은 두 정상이 열고 나올 커다란 밤색 문과 기다란 갈색 탁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갈색 탁자엔 똑같은 펜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클로스업된 화면을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이 있는 것으로 봐선 미국이 준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던 크로쓰사(社)의 수
만년필의 황금기는 1920년부터 1940년까지 약 20년 동안이다. 평생보증, 컬러 마케팅의 시작, 플라스틱과 유선형의 등장 등 새로운 기술과 개념 등이 총출동한 시기였다.
그렇다면 황금기가 끝나는 1940년대는 바로 암흑기로 진입했을까?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지만 읽고 쓰기는 계속되었다. 때문에 필기구가 필요했고 만년필 역시 새로운 것들이 등장했다
미국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고 노예를 해방한 사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한 이 사람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고, 대통령까지 된 링컨은 대단한 메모광이었다.
링컨은 항상 모자
새 학기 시즌이다. 서점의 문구코너에 학생들이 넘쳐나고 참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른들의 새해는 1월부터 시작되지만 학생들의 달력은 3월부터이다. 30년이 훌쩍 지난 내 학생시절과 비교해도 이 풍경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만년필 등을 잘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학생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 세대는 중학교 때 처음
만년필 수집이 좋은 점은 전 세계 어딜 가도 그 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수집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파커51, 1950년대 몽블랑149, 펠리컨100 등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엇비슷한 가격에 거래된다. 때문에 그 나라 말을 잘 못해도 그곳의 펜쇼(만년필을 전시하고 팔거나 살 수 있는 행사)에서 만년필을 구입하거나 판매도 할 수 있다. 이런
“너 몇 살이니?” 또는 “그분 연세가 어떻게 되지?” 사람들끼리는 나이를 물어볼 수 있지만 대답을 할 수 없는 동물이나 무생물은 여러 가지를 따져 추정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소나 개의 나이는 이빨의 마모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1966년 석가탑을 보수하려 해체하다 발견된 현존 최고(最古)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간행 연대를 751년 이전으
영국에선 백조를 잡거나 죽이면 동물보호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고 여왕반역죄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12세기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소유권의 표시가 없는 백조는 모두 영국왕의 소유라는 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왜 이런 법률이 정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백조가 맛이 좋아 연회에 자주 오르자 보호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다는 것이다. 여왕과 백조, 겉으로 보
나는 배터리나 갈고, 손목시계를 겨우 분해·조립하는 정도이지만, 시계는 늘 관심 안에 있다. 딱히 시계를 좋아한다기보다 만년필과 시계는 닮은 점이 있어 시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시계 전문가들한테 묻는다.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시계는 어떤 거고 이유는 뭡니까?” 대답은 거의 한결같다. O시계가 튼튼하고
역사가 100년이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면 수염을 가슴까지 길게 기른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한 팀에서는 수염을 길게 기른 선수를 볼 수 없다.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우승을 스물일곱 번이나 한 뉴욕 양키스이다. 매끈한 얼굴, 세로 줄무늬 유니폼은 곧 양키스를 상징한다.
역시 100년이 넘는 실용적인 만년필의 역사에
실용적인 만년필은 1883년 미국 뉴욕에서 보험외판원을 하던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1837~1901)이 만들었다. 그래서 중요한 역사의 무대에 처음 등장한 것도 역시 미국과 관련돼 있다. 미국은 남북전쟁(1861~1865)을 마치고 국가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는데 만년필 역시 그 와중(渦中)에 등장하였다.
1898년 쿠바 독립운동을 계기로 미국은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