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국적 논란 재점화… 경영권 명운 쥔 종업원지주회

입력 2015-10-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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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DJ코퍼레이션)
(출처=SDJ코퍼레이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한 가운데 롯데그룹이 또 다시 국적 논란에 휘말렸다. 신 회장이 한국기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81조원 규모의 롯데그룹 경영권이 사실상 일본 롯데 임직원 지주회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형제간 승자가 누가 되던지 현재의 지배구조상으로는 일본 임직원 지주회의 대리인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롯데홀딩스의 주주는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20.1%, 임원지주회 6%, 투자회사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가족 7.1%, 롯데재단 0.2% 등으로 구성됐다.

LSI는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의결권이 없다. 가족과 재단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광윤사와 직원지주회, 관계사 및 임원지주회가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지분은 1.6%, 동생인 신 회장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호텔롯데→롯데홀딩스→광윤사로 이어지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상단의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를 갖고 있었으며 이번에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갖고 있던 광윤사 주식 1주를 넘겨줘 확실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임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의 정책집행 컨트롤타워로서 홀딩스 관계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계사와 임원지주회는 대부분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신 회장이 자신하는 부분이다. 신 회장 개인 지분은 1.4%에 불과하지만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받아 과반이 넘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신 회장이 지난 8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승리로 이끄면서 어느 정도 입증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지지와 신 회장의 경영능력 부족을 내세워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중 27.8%를 차지하는 주요주주다. 종업원지주회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느냐가 향후 주주총회 승리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경영권을 좌우할 주주구성만 놓고 보면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 할 만하다.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는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들로 이뤄진 조직체다. 지금까지 종업원지주회의 대표자와 이사회 구성, 결의 방식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국내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주식 거래나 의결권 행사에서 차이가 크다.

그렇기에 신 회장은 앞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반롯데 정서 및 국적 논란 해소에 안간힘을 썼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에 비해 직원 수나 매출 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우리나라 5대 그룹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상장된 8개 계열회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롯데홀딩스 직원이 과장으로 승진하면 액면가로 주식을 받아 보유만 할 뿐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다. 해당 직원이 퇴사 후 주식을 매각할 때도 액면가 그대로 내놓아야 한다. 때문에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지 못해 보유 기간에 받는 배당 외엔 실질적 주주의 권리가 없는 구조다. 다만 롯데홀딩스는 종업원지주회에 매입가격의 10~12%를 매년 배당으로 지급해왔다고 한다.

우리사주조합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개별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일본 종업원지주회는 지주회 대표 1명에게 일임하는 구조다. 일본 민법에 따라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개인의 이름이 주주명부에 등재돼 있다. 그간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의 부장급 직원이 맡아왔다.

평소라면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직원들에게 분담금을 나눠주는 역할에 그쳤을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롯데그룹의 명운을 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셈이다. 신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광윤사의 ‘50%+1’ 지분을 가진 신 전 부회장의 제스처에 따라 종업원지주회가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신 회장 측에서도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서 내부 직원 결집에 유리한 이점을 활용해 종업원지주회를 붙잡아두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러한 임직원 지배력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일본으로 건너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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