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역대 가장 큰 인수합병(M&A)이 이뤄진 가운데 국내서도 제약사들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세계 M&A 규모는 지난해 약 4조6000억달러(5413조원)로 집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작년 11월 엘러간을 1500억달러(약 173조원)에 인수한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앨러간은 주름제거 치료제 ‘보톡스’로 유명하다. 화이자는 이번 제약업계 최대 규모의 M&A를 통해 스위스의 노바티스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렇게 글로벌 제약사들은 성장 전략으로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으며 최근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제약업계도 M&A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M&A에 보수적이던 국내 제약사들도 심화되는 ‘약값인하’와 ‘리베이트 규제’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M&A로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5월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한 것이 그 예다. 독자적인 신약 개발보다는 안정적인 영업망을 바탕으로 외형을 키워온 대웅제약이, R&D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탄탄한 중견 제약사인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함에 따라 약점으로 꼽혔던 신약개발 능력을 단번에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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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체제로 2014년 9월 세대교체가 이뤄진 이후 기존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M&A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국내 제약업계 수출 신화를 다시 쓴 한미약품이 M&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기술수출로 7조5000억원대의 계약을 따냈다. 이에 따라 M&A 시장에서 쓸 총알을 충분히 장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작년 11월 M&A와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재식 부사장을 새로운 재경본부장(CFO)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한미약품으로 오기 전 대웅제약에서 경영관리와 일반의약품(OTC) 본부장을 역임했는데, 당시 M&A 경험이 미미했던 대웅제약에서 한올바이오파마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이 7조원대의 자금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제약 바이오 업체 M&A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작년 수출대금은 국내 대부분의 바이오 및 의료기기 업체를 인수할 수 있는 액수”라며 “강점을 보이는 항암제 및 당뇨치료제의 파이프라인을 도입할 수 있고, 빅파마 최대 관심사인 차세대 항암면역치료요법인 CAR-T 기술을 도입해 CAR-T 전문 업체로 거듭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내다봤다.
국내 제약업계 M&A는 더욱 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400여개가 넘는 제약사들 중에는 정부의 과보호 아래 부실한 제약사가 많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국내 제약사들도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