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시장의 활성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테마군이 형성돼 주식거래가 많이 된다는 점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장이 오로지 테마 위주의 한 방향으로만 소통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자본시장이 딱 그 모양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이오 테마가 불더니, 이번에는 대북경협주 테마가 몰아치면서 일부 종목에 ‘묻지마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빌보드200 차트 1위를 거머쥔 방탄소년단이 증시를 흔들면서 이른바 방탄소년단 관련 테마까지 생겨났다. 시장에서는 사회적 이슈와 증시 상황을 어떻게든 연결시켜 테마주 형성에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테마주가 생성되고 있는 가운데, 테마주 투자로 단기에 수익을 올려보겠다고 많은 사람이 달려들면서 근거 없는 테마주 열풍이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테마주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테마주는 늘 그렇듯이 실체가 없다. 상승 초기에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포장돼 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바라볼 때 주가가 끝없이 오를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항상 시장의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실제로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찼다는 언론 보도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목숨을 끊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결과는 결국 주식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친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가 된다. 자본시장의 가장 큰 덕목이 바로 ‘공정성’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테마주의 폐해는 결국 우리 주식시장의 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기반이 흔들리면 이는 다시 사회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즉, 테마주로 큰 이익을 보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고 이를 만회하려고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자본시장이 범죄가 일어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우리 주식시장에 테마주의 가격 왜곡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 어떤 종목은 한 달 사이에 몇 배까지 치솟았으며, 심지어는 몇십 배 폭등한 테마주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강력한 모니터링을 통해 집중적으로 감시한다고 하지만, 수백 가지 종목을 면면히 살펴보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몇 기업들은 스스로 자정 노력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이오기업 안트로젠은 지난해 2만 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올해 4월 들어 24만 원까지 치솟았다. 10배가 넘는 급등이다. 이에 대표이사가 직접 버블을 경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최근 방탄소년단 테마주로 엮인 기업 이스타코 역시 공시를 통해 “방탄소년단과 전혀 상관없다”라고 밝히면서 비정상적인 테마 열풍에 경고를 울렸다.
이처럼 기업들 스스로가 테마주에 왜곡된 모습에서 벗어나 자정 노력에 나선다면, 보다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