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콜과 안전기준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온 교통안전공단이 정작 영문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오타와 오기를 방치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스위스 제네바에 첫 국외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국제화에 속도를 내는 반면 영문 홈페이지 곳곳은 수많은 오타로 얼룩져 있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 권병윤)의 영문 홈페이지는 첫 장을 시작으로 문법과 철자법에 맞지 않은 ‘오기(誤記)’와 오타가 여럿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위에 따르면 이곳 공단의 영문 홈페이지는 △공단소개와 △교통안전업무 △자동차안전연구원 소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실제 교통안전공단의 설립 목적과 주요 업무에 대한 소개를 영문으로 작성해 놓은 것. 반면 주요 챕터에는 페이지마다 오타와 오기가 가득해 국제화에 나선 공공기관으로서 역할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약 1시간 동안 이곳 홈페이지 초기 화면과 2곳의 챕터에서만 10여 개의 크고 작은 오타가 발견됐다. 특히 본문이 아닌, 첫 제목부터 오타로 시작하는 페이지도 여럿이었다. 국제화를 외치는 대한민국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영문 홈페이지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공단의 업무를 소개하는 시작 페이지는 ‘조사’를 의미하는 ‘리서치(Research)’를 ‘Resech’라는 국적불명의 알파벳으로 써놨다. 두 번째 운송회사의 교통안전 관리 챕터는 제목부터 오타가 줄지어 나온다. ‘실행’을 뜻하는 임플러먼테이션(implementation)과 ‘전략완수’를 의미하는 어컴플리쉬먼트(Accomplishment) 등이 잘못 표기돼 있다. 이밖에 본지가 확인한 오타와 오기만 20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2월 ‘자동차관리법’ 제68조에 따라 국토교통부로부터 자동차안전기준 국제조화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주요 업무로 △국가별 자동차안전기준 제도와 정책 조사분석 △안전제도 선진화 △연구개발 △국제협력 및 전문가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첫 국외 사무소 문을 열기도 했다. 자동차안전기준 국제화 업무를 강화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산업에서 국가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게 국외 사무소 설립 취지였다. UN 유럽본부가 있는 제네바는 자동차안전기준 국제조화기구(UNECE) 회의가 개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개소식에는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 UN 유럽경제위원회 자동차기준조화 포럼 총서기 등 국내외 유관기관의 기관장 등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공단은 제네바 사무소 운영을 통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정작 해외 유관기관과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문 홈페이지는 허투루 개설했고, 관리조차 안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주요 현안이 많아 국회의 감사권한이 산하기관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나라를 대표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한다는 공공기관이 오히려 국제적인 위상을 하락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