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사 지급결제 업무 허용'에 대해 은행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4일 전국은행연합회는 "전 세계적으로 왜 보험사가 직접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여한 사례가 없는지를 깊이 새겨봐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대행은행을 통해 지급결제망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3일 개별 보험사가 금융결제원 소액결제시스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대안을 조목모족 반박했다.
우선 보험사의 지급결제시스템 직접 참여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크게 증가시킨다는 주장이다.
보험업의 속성상 은행에 비해 고수익을 추구하므로 은행보다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보험사가 지급결제 시스템에 직접 참여할 경우 지급결제 리스크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보험사 운용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이 은행권의 두배 이상"이라면서 "중국의 쓰촨성 지진과 같은 대형 천재지변이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경영상의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 금융위기 와중에서 AIG보험사가 구제금융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만일 AIG가 직접 지급결제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었다면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해 금융시장의 지급결제가 마비될 뻔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험사의 지급결제 참여 허용은 금융실명제 측면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보험상품은 실명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 도입될 경우 자금세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금융실명법 개정을 통해 보험상품을 실명제 적용 대상에 먼저 포함시킨 후 지급결제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은행권의 지적이다.
더불어 헌법 위반 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75조에 의하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서 위임한 사항에 한해 대통령령에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 바, 지급결제 대상 자산과 같은 핵심 내용을 법에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한 현행 개정(안)은 향후 국회의 법제화과정에서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
헌법 제75조에 의하면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때는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야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은행권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의 지급결제 참여는 대출금리의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의 보통예금 및 저축성예금 등 핵심예금이 보험사의 고금리 수시입출금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이 부족해진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등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정부는 보험사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 여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보험사가 어떻게 지급결제를 구현할 수 있는지 가능한 방법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과 지적이다.